저자: 하세가와 가즈오 , 이노쿠마 리쓰코 | 역자 : 김윤경 ㅣ 출판 : 라이팅하우스
<나는 치매 의사입니다>
이 책은 일본 및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뇌신경, 뇌과학, 치매 전문의인 하세가와 가즈오의 치매를 위한 노력들과 치매 화로서의 삶을 적어놓은 자서전 같은 에세이입니다. 본인 역시 88세에 치매에 걸렸지만 이를 감추지 않고 당당히 외부에 알리고 치매 환자로서 삶을 살아가면서 겪는 경험담과 증상들을 덤덤히 적었습니다.
저자는 초창기 치매 진단 기준도 없을 시기에 1974년, 세계 최초로 치매진단척도를 만들고 2004년에는 '어리석은 사람', '바보', '멍청이'라는 모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치매'라는 말을 '인지증'이라는 이름으로 명칭을 바꾸는데에도 일조한 사람입니다. 그런 저자가 치매 전문의로서가 아닌 환자로 삶을 살아가면서 치매 환자에게 '환자가 아닌 사람으로 존중해 주기를 주장합니다. 치매 돌봄을 인간중심 케어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치매는 어느 특정인만 걸리는 몹쓸병이 아니라 초고령화 시대에 살아가는 누구나 걸릴 수 있으며 오히려 치매는 '나다운 나로 돌아가는 여행'이라고 말합니다.
인생 100세 시대에 살아가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인구 5명중 1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이 차지 하고 노인 인구 10명중 1명이 치매에 걸린다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아직 치매를 완전히 치료하는 약이없다고 합니다. 현재로서는 치매를 지연 시키는 정도 수준입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치매 현상을 겪고 있는 어르신들이 상당합니다. 특히 치매 환자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이 가족 중 치매 환자가 생기면서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아픔 역시도 만만치 않습니다. 치매에 일부러 걸리는 사람은 없겠지만 여하튼 치매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으면 좋긴 하겠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걱정입니다.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자각한 후, 더욱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치매는 누구나 걸릴 가능성이 있으며 설령 치매에 걸린다 해도 ‘인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없다는 것, 오늘날과 같은 장수 시대에는 누구나 치매를 마주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치매에 걸리더라도 평상시의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는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치매는 끝도 아니고 남의 일만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에서 치매 당사자를 그 상태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상대를 그때까지와 똑같이 대해야 합니다. 변함없는 태도로 대한다는 것은 치매 당사자를 자신과 동등한 '인격체'라고 생각하는 일입니다.
돌본다는 건 내 시간을 주는 일입니다.
치매에 걸렸다고 해서 그 사람의 역사와 존엄성이 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건강하든 아프든 치매에 걸렸든 사람은 모두 '사람'으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저의 가장 큰 소망은 많은 분이 치매에 관해 올바른 지식을 갖는 일입니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단정짓고 방치하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치매 당사자를 빼고서 결정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엇을 해도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이해하고 일상생활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면 좋겠습니다.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자각한 후, 더욱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치매는 누구나 걸릴 가능성이 있으며 설령 치매에 걸린다 해도 ‘인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없다는 것, 오늘날과 같은 장수 시대에는 누구나 치매를 마주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강연 중에 고백을 했고, “저도 이렇게 평소처럼 생활하고 있어요” 하고 그 자리의 모든 이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당시 저는 만 88세였습니다. 오늘날에는 저처럼 장수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옛날에 우리 가족이 살던 집 근처에 아내의 부모님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밤 아내와 저 그리고 둘째 딸이 식사를 하러 갔는데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걸린 장인어른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여러분은 누구시지요? 누군지 알 수가 없어서 곤혹스럽습니다.” 당황해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뜻밖에도 딸아이가 외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우리를 못 알아보시는 것 같은데 우리가 할아버지를 잘 알고 있으니까 괜찮아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장인어른은 손녀딸의 말을 듣고 무척 안심하시는 듯했습니다.
과거 치매를 정의한 말 중에는 ‘낫지 않는다’는 기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치료와 회복이 가능한 치매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정의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치매 역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하세요” 하고 혼자 이야기를 주도하며 뭐든지 결정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면 당황한 치매 당사자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합니다. “오늘은 무얼 하고 싶으세요?” 하는 식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오늘은 무엇을 하고 싶지 않은가요?” 하는 질문도 해 주세요. 그러고 나서 상대가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귀담아들어 주면 됩니다. ‘그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하는 생각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몸이든 마음이든 아픈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을 내어 주는 일입니다.
첫 실태 조사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병원에 올 때 외출복을 입고 점잖은 차림새로 옵니다. 그런데 집에 가 보니 병원에 온 사람과 전혀 다른 모습의 낯선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농가에서는 치매 당사자가 외양간 옆에 있는 헛간에 갇혀서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그런 광경을 다른 집에서 몇 번이나 더 보았습니다. 이 방문 조사를 통해, 병원에서 외래환자를 진료할 때는 결코 알 수 없었던 현실을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저는 어떤 병에 걸렸든 아픈 사람에게는 신체적인 케어만큼 정신적인 케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가장 그 사람다운 모습,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지지하는 사고와 행동이야말로 진정한 정신적인 케어라고 생각합니다.
집 근처에 있는 간선도로를 건너다가 한가운데에서 넘어져 쓰러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남성 두 명이 차를 세우고 저를 안전한 장소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그 뒤에 한 여성이 “선생님을 뵌 적이 있어요. 댁 근처에 살고 있거든요” 하며 집까지 바래다주었고 제 아내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제야 저는 겨우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역 케어가 아닐까요.
치매는 낫지 않습니다. 그래서 의사들 가운데서도 치매를 전공으로 선택하면 상당히 별난 사람으로 취급받습니다. 의사란 환자를 낫게 해야만 의미와 가치가 빛나는 세계입니다. 대부분의 의사는 노년의학과 치매 의료를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치매 의료와 치매 당사자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슬픔과 괴로움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었습니다.
치매에 걸리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가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되풀이해 강조하건대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마음은 살아 있습니다. 불쾌한 일을 당하면 상처받고, 칭찬을 들으면 더없이 기쁘지요. 무엇보다 치매 당사자도 자신과 똑같은 ‘한 사람의 인간’이며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세요.
"공포심을 배제하려고 하니까 힘든 거야. 있는 그대로 증상을 받아들이고 가능한 한 마음속에서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네." 젊을 때 모리타 요법을 배운 일은 지금의 저에게 여러 면에서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목차
추천의 말
프롤로그 | 이제야 비로소 치매에 대해 알게 되었다
[1장] 일본 최고의 치매 전문의, 치매에 걸리다
확실성이 흔들리다
여러분, 사실은 저도 치매입니다
신뢰받는 의사에서 위로받는 환자로
치매에 걸린 사실을 세상에 알린 이유
‘치매=끝’이 아닙니다
가슴 아픈 첫 실수
[2장] 우리는 죽음보다 먼저 치매를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르게 되는 병?
치매의 본질은 일상생활장애입니다
기억을 놓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감정 기복이 심한 혈관성 치매
환시 증상, 루이소체형 치매
사회성 저하, 전두측두형 치매
치유되는 치매도 있다
건망증이 심해질 때 해야 할 일
가장 큰 위험인자는 노화
경도인지장애는 치매가 아닙니다
WHO 치매 예방 가이드
[3장] 아픈 가족을 돌보는 사람들에게
치매 증상이 24시간 계속되는 건 아닙니다
따돌리지 마세요
돌본다는 건 내 시간을 주는 일입니다
치매 당사자와 가족을 위한 생활 지침
웃음이 끊이지 않던 부부
아프기 전과 똑같은 ‘사람’입니다
환자가 아닌 사람으로, 인간 중심 케어
아이에게 배운 눈높이 돌봄
의사보다 중요한 데이케어
3일간의 노인요양원 체험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속이지 마세요
[4장] 최초의 표준 진단법 ‘하세가와 치매척도’를 만들다
세계 최초로 치매 진단 기준을 만들다
하세가와 치매척도 채점 방법
신후쿠 교수의 과제
변별력 있는 기준을 만들다
‘하세가와식’이라는 이름
불안과 공포도 마음의 일부다, 모리타 요법
환자만 7천 명, 미국 연방 정신병원에 가다
마음을 잇는 넌버벌 커뮤니케이션
뇌파를 눈으로 확인하다
아내라는 버팀목
반드시 알아야 할 하세가와 치매척도의 숨은 의미들
‘93에서 7을 빼 보세요’는 잘못된 질문입니다
부탁하는 자세로 묻기
진짜 의사로 이끌어 준 인생의 스승
[5장] 치매에 걸려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하여
치매자 실태 조사에 나서다
헛간에서 울부짖는 사람
가족 모임의 탄생
국제노년정신의학회 회의를 개최하다
가족의 눈물을 닦아 주는, 간병의 사회화
‘치매’를 치매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
‘인지증’이라는 새 이름
전 세계 알츠하이머병 당사자들에게 배우다
“있는 그대로의 저를 지지해 주세요”
치매에 걸려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 만들기
고령사회를 먼저 경험한 일본이 해야 할 일
[6장] 치매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치매가 의심될 때 결코 하면 안 되는 한 가지
아이들에게도 숨기지 마세요
괜찮아요, 우리 할머니
백 가지 보험보다 든든한 ‘지역 케어’
수요회, 병원 밖 진료를 시작하다
낯설게 보기, 매직미러 효과
내가 치매 치료에 평생을 바친 이유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나오다
진행을 늦출 수만 있다면
의사는 질병이 아닌 사람을 보아야 합니다
기꺼이 무서운 교수가 되다
[7장] 불편하지만 불행하지는 않습니다
92세, 아직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의 전쟁터, 나의 서재
중증이라도 알아듣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며 결정한 한 가지
105세 의사의 장수 비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때 할 수 있는 일
생각하는 인간으로 살겠다는 다짐
한 알의 밀알이 죽으면
투병 생활을 지탱해 준 기억
살아 있는 ‘지금’을 즐기세요
나의 남은 과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합창
2년 만의 진단 검사
가장 나다운 나로 돌아가는 여행 중입니다
에필로그
해제 | 치매 의료에 평생을 바친 한 의사의 눈부신 발자취 _이노쿠마 리쓰코
연표
옮긴이의 말
명상이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 (5) | 2023.0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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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중고상점 (3) | 2022.10.19 |
여행의 이유 (4) | 2022.10.10 |
나는 치매 할머니의 보호자입니다. (2) | 2022.10.08 |
나이 드는 게 두렵지 않습니다. (2) | 2022.1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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