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하루 지난 2월 3일(수) 오전11시경에 아들내미로 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아빠 큰일 났어요. 설 전날에 함께 있었던 친구가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이 걸렸다고 전화가 왔어요. 어떻해요?"
그 말을 듣자마자 눈 앞이 아찔했습니다. 아들내미에게 증상체크 등 몇가지 상황을 묻고 일단 선별검사소에 가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3차 예방접종을 마친 아들이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다면 천만다행이겠지만 혹여라도 양성이 나올 경우를 대비해 여러가지 상황에 따른 대처방안을 생각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설날 당일날 처가집에 가서 다른 처가 식구들과 윷놀이며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우리 가족은 함께 고스톱도 치고 식사도 함께 나눴기에 아들이 확진 판정이 나온다면 가족 모두에게 전염이 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아내와 나는 설연휴 마지막날인 2월 2일에 출근하여 센터에 나오실 수 밖에 없는 상황의 어르신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기에 혹여라도 어르신들마저 감염시켰면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 밖에 없기에 머릿속은 하얗게, 마음은 시커멓게 타들어 갔습니다.
선별 검사를 하러간 아들내미가 음성이 나오길 기도를 했습니다.
더구나 아내도 아침부터 목이 컬컬하다는 소리를 했기에 우려가 컸습니다. 우선 아내를 어르신으로부터 격리하고 어르신들께도 신속항원 검사와 PCR 검사, 긴급조치를 하였습니다. 아들내미 친구는 신속항원검사에서 두 차례나 음성이 나왔지만 오미크론 증상이 있어 PCR 검사를 했더니 양성이 나왔다 합니다. 1시간정도 지났을 즈음에 아들내미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와 PCR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내일 나온데요.. 어떻해요..죄송해요.."
설 전후로 코로나 오미크론이 더욱 확산 될것이라는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설마 우리 가족들이 걸리겠어? 하며 안전 불감증 상태의 자신의 처신에 뒤늦게 후회가 되었습니다. 주의 못한 아들내미가 한편으로 밉기도했지만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아들내미 건강과 안전이 더 염려하고 걱정할 때였습니다. 본인은 얼마나 미안하고 죄송하겠습니까? 아들내미에게 집으로 돌아와 격리 및 대처 방안에 대하여 얘기해 주었습니다. 어르신들과 보호자들께도 상황을 솔직히 말씀드리고 귀가 조치와 센터 방역, 이후의 상황에 대한 논의를 하였습니다.
만약 아들내미가 PCR검사에서 음성이 나온다면? 아들내미가 코로나 확진 결과, 양성이 나온다면?
만약 우리 부부 중 한 명이라도 양성이 나온다면? 우리와 함께 있었던 어르신들과 직원들 중 양성이 나온다면?....
염려와 근심 걱정들이 머리를 휘젓고 가슴은 애간장이 타고 끓습니다.
다음날 아침,
밤새 PCR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오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보냈습니다.
기적이 일어나기전에는 아들은 양성이 나올 확률이 99.99%라 보았기에 우리 부부와 직원들, 어르신들만이라도 음성이 나오길 간절히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기도덕분인지 아들내미는 양성판정이 나왔지만 우리 부부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기적처럼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감사하고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설날 처가집에 같이 있었던 처제네 식구 중 한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군인이라 명절때 처가집에 오지 않았는데도 감염되었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설날에 함께 지냈던 장모님께서 3일날 센터를 이용하셨는데 3차 예방접종자라 PCR검사를 거부하셔서 안받으셨는데 하필이면 그 날 한 동네에 사시는 97세 어르신이 처음 센터로 오셔서 장모님께서 그 분과 다정히 얘기를 나누셨기에 또다시 걱정이 태산같이 쌓였습니다.
4일 아침, 3일날 PCR 검사를 받지 않으셨던 어르신들을 파악하여 PCR 검사를 의뢰하고 또다시 하루를 걱정염려로 애간장을 태우며, 간절히 간절히 음성이길 바라는 기도를 드리며 결과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5일 아침, 간절한 기도 덕분인지... 감사하게도 모든 분들이 '음성'이 나왔습니다. '음성이즈 감사! 감사!!'
6일, 양성판정 받은 아들은 평창청소년수련원에 있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습니다. 보건소 차에 실려 떠나는 아들의 모습이 측은합니다. 배웅도 제대로 할 수도 없었고 어디론가 끌려가는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다행히 3차 에방접종을 받은 우리 부부는 수동감시자로 자가격리는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지만 3차접종 예약을 이틀 앞두고 있던 딸내미는 자가격리자 되었습니다. 수동감시든 자가격리자든 7일간의 격리기간이 끝나고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야지만 격리 해제가 됩니다. 마침 이러한 규정도 6일자 정부 지침에서 변경이 되는 바람에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평창으로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갔던 아들내미는 다행히 목감기 증상만 이틀정도 가볍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리고선 수요일날 아침 퇴소를 하라기에 데리고 왔습니다. 심한 증상이 없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른 가족들도 pcr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와 다행으로 여겼는데 막내 처제네가 6일째 되던때 조카들이 양성 판정이 나면서 또다시 긴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동감시와 자가격리 기간이 끝날 즈음에 PCR 검사를 받았습니다. 초긴장 상태에서 검사를 받으며 간절히 아무런 이상이 없도록 기도하였습니다. 결과는 음성으로 판정되어 완전 격리에서 해제가 되었습니다.
이번 코로나 오미크론 감염사태를 되돌아 봅니다. 오미크론 확대 경고에도 불구하고 2년여 진행된 코로나 시국에서 어느샌가 느슨해진 안전 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새롭게 다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확진자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에게 죄인아닌 죄인의식을 갖게되고 민폐를 끼친다는 생각이 짓누를고 있음을...
하루 확진자가 10만명 아니 20만명까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예상이 공포와 두려움에 떨게 합니다. 이에 자기 주변에 오미크론 확진자가 없으면 필시 은둔형이거나 아웃사이더라는 말이 읍프지만... 그러고 보면 그런 유형이 아니라 다행아닌 다행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ㅎㅎㅎ
여하튼 정말로 코로나 시국이 종식되길 빕니다.
코로나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더욱 복잡하고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에서 살아가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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