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아들과 함께한 '길위의 한걸음 인생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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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아들과 함께한 '길위의 한걸음 인생학교'

함께/가족story

by 함께평화 2014. 6. 7.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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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부터 아들과 춘천에서 홍천까지 걷기로 계획하였었다.

그때 사전 연습상 집에서 샘밭 처가집까지 약 7킬로미터 거리를 걷기도 했으며, 홍천과 철원까지 걸어볼 계획을 갖고는 있었으나 차일피일 미루더니 지금까지도 실행에 못 옮겼다.

 

지난주 아들에게 6.4 지방선거날 홍천까지 걸어보면 어떻게냐는 제안을 했더니 여느때 같으면 이런저런 핑계대며 피했을 아들이 군소리없이 좋다며 그러자고 한다.

그냥 한번 던져본 이야기인데..너무도 흔쾌히 순간적으로 동의하는 바람에 체면상 말을 접을수도 미루지도 못할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런.. 과연 걸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춘천 집에서부터 홍천까지의 거리는 얼추 34키로미터 정도될 것 같다.

여느 보통 사람들의 걸음 속도로 따져 보면 한 시간에 4킬로미터.. 대략 8시간내지 9시간정도 걸릴 것 같은 계산이 나온다. 

너무 쉽게 결정되버린 도보여행...이 많은 시간을 하루에 어떻게 걸을 수 있을까?

 

걷기전 날 다시한번 아들에게 정말 걸을 수 있겠냐며 확인을 해보았는데 걱정하지 말라며 몇시에 출발할 것이며, 어디까지 걸을 것이냐며 오히려 나에게 되묻기에 대략난감.. 되물릴수 없는 상황이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그러고보니 전에 계획한지.. 아마도 2007년도 정도였던것 같으니 7년만에 이루어지게 된 셈이다.

 

6월4일. 지방선거날이다. 또한  공휴일이기도 한 날이다.

아내와 함께 새벽기도회를 갔다가 투표장에 들러서 유권자로서 떳떳이 투표를 하고, 집에서 아내가 해준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서는 배낭에 수건과 물, 그리고 속옷과 간식을 챙겨 넣었다. 아들 역시도 자기 배낭에 꾸렸다.

 

목적지는 5번 국도를 따라 걸어서 '홍천온천'까지로 정했다.

만약 목적지까지 걸을 수 있다면 그곳에서 땀과 피로을 씻어내고 그 이후에 아내와 딸내미와  함께 만나 한우고기를 먹기로 계획을 세웠다. ㅎㅎ

 

아침 8시, 집을 나섰다.

공교롭게도 내가 신었던 신발은 4년전인가 아들이 생일 선물로 사준 런닝화였고, 아들이 신었던 운동화는 3년전 크리스마스 선물로 내가 사준 것이었다. 아들 운동화는 여기저기 많이 해져 있어서 올 초에 버리기 아깝다며 밤늦도록 지가 실로 꿰매 지금까지 신고 다녔던 것이었던터라 이번을 마지막으로 신고 버리기로 하였다.

 

날씨는 약간 흐리고 바람까지 선선한게 불어 걷기에는 너무 좋은 환경이었다. 

우선 애막골고개를 넘어 거두리에서는 골목을 통과하고 소년원쪽 방향으로 학곡리까지 걷기로 하였다.

잘 다니지 않았던 길이라 골목골목이 새롭고 흥미로웠다.

아직 걸은지 얼마되지 않아 힘도 넘치고 도보여행에 대한 기대감때문인지 아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는다.

 

1시간정도 걸려 학곡리에 도달하였다. 이렇게 걷다간 정말 하루종일 걸릴 것 같아 조금 속도를 내기로 하였다.

아들에게 도로를 따라 걸을때의 주의사항과 이런저런 도보여행 관련한 이야기를 하며 첫번째 오르막길인 원창고개를 넘기 시작하였다.

대학시절 고향 태백까지 버스를 타고 갈때가 생각났다. 당시 학곡리 이곳에는 검문소가 있었는데 매번 헌병들이 차에 올라 검문 검색을 하였다. 한 인상하는 얼굴이기에 혹 어떤이유에서라도 걸릴까 조마조마 했었다.

당시 멀미가 심했던 나로서는 꼬불꼬불 원창고개길 넘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었다. 태백까지 가면서 보통 서너번은 멀미를 하였기에 정말 끔찍했었다...

이러한 재미도 없는 과거 얘기 등을 아들에게 해주고, 아들도 이런저런 학교 얘기며 제 얘기를 하였다.

 

원창고개를 넘자마자 첫번째 휴식시간을 가졌다.

이미 내 이마와 등뒤로는 땀이 흥건하게 적셨다. 아들도 생각보다 힘들었는지 지친 표정이 역력하였다.

쉬고 있다보니 도로보수 공사하던 분들이 우리에게 다가와 어디까지 걷냐고 묻기에 홍천까지 걷는다하니 "대단하다"고는 말은 하였지만 약간 제정신 아닌 사람보는듯한 표정이 틀림없는 듯... ㅎㅎ

 

동산면을 지나 '모래재고개' 오르기 지점까지 다시 걸었다.

아들에게 몇년전 제주도에서의 나홀로 여행이야기며, 작년 중국에서의 이런저런 여행 이야기, 그리고 해남 땅끝마을에서 남해안을 따라 부산, 울산까지 함께 하였던 아들과의 단둘여행이야기를 하며 걸었다.

아들과 함께 걷는길이 괜시리 신나고 즐거웠다. 언제 이렇게 걸어볼 수 있을까?

아들과의 단둘 여행은 여러차례하였지만 도보를 하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인 것 같다.

 

두번째 고갯길인 '모래재' 정상에서 다시한번 쉬는 시간을 가졌다.

그늘을 찾아 아내가 아침에 싸준 참외와 간식을 먹으면서 땀을 닦아냈다.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고, 아직 갈길이 먼데 제법 많이 지쳐 있었다.

처음 걸을때에는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눴는데 지쳐서 그런지 조금씩 이야기도 줄어드는 듯 하다.

 

이제 세번째 오르막길인 '부사원고개'를 넘어서 강대헌 관장이 운영하는 '모형비행기박물관'에 들러 쉬기로 하였다.

이곳은 세번째 방문하였다. 강대헌 관장은 42년동안 교편을 잡고 퇴임이후 사재를 털어 박물관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계신다. 2009년도인가.. 춘천YMCA가 전국모형비행기대회를 개최할 때 많은 도움을 주셔서 앞면이 있었던 것이다.

아들은 나와는 달리 박물관 같은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곳도 잠깐 밖에서 사진만 찍자고 하여 들렀는데 마침 강대헌 관장이 밖에 계시길래 인사드리면서 자연스레 아들을 박물관안으로 밀어 넣게 한 것이다.

관람후 따뜻한 커피한잔을 대접받으면서 교육과 정치에 관한 최근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여전히 교육에 대한 애정과 걱정이 많으시다.

 

춘천과 홍천 경계..홍천군의 이정표가 반갑게 맞아준다.

목적지까지 3/4정도는 온 것이다. 그동안 차로 오가며 별관심 없이 지나쳤던 좋은 환경과 볼 만한 곳들이 더러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잘 안걷다 걸어서인지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는 느낌도 받고, 허리부분이며, 엉덩이뼈며, 발목관절도 쑤셔옴을 느낄 수 있다.

도착지까지 시간이 너무 늦어질까 걱정을 하였는데 그래도 예정시간보다는 조금 빨리 걷고 있는 듯 하다.

 

오후 1시 50분경 목적지인 '홍천온천'이 1킬로미터 남았다는 표지판을 발견하였다.

목적이 있다는 것은 그리고 목적지에 거의 다다르고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힘들고 지쳐있는 몸에 새로운 용기와 에너지를 불어 넣는것 같다.

아들에게 걷는 것은 마치 인생살이와 비슷하고 비젼을 왜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를 자연스레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인생살이가 언제나 평탄하지만은 않고 오르내리막이 있듯 삶에의 여러 상황이 있다고, 그냥 무의식적으로 걷기보다는 목표를 정하고 최선을 다할때 맞이하는 목적지는 더할 나위없이 기쁜 마음이 든다고...

이래저래 인생설교를 한 셈이다... 그래도 싫지 않은 듯 들어주는 아들이 고맙다.

걷는다는 것은 마치 '길위의 한걸음 인생학교' 같다는 생각을 해보며...

 

1킬로미터 남았다는 표지판이 잘못 표시해 두었는지 한참을 가다보니 여전히 1킬로미터 남았다는 안내판이 또다시 나타났다. 이거 뭐 이따위로... 사람을 놀리는 것도 아니구... 그래도 목적을 달성하기까지 끝까지 참고 인내해야 함을 아들에게 말한다.. ㅎㅎ 

바로 몇발자국 더 내딛으면 목적지에 도착할 것 같았는데... 한참을 더 걸어서야 드디어 목적지에 보였다. 와~~~

 

집떠난지 6시간 20분만에 목적지인 '홍천온천'에 도착하였다.

오래전에 왔을때는 깨끗하고 볼만했었는데.. 부도가 난지 본 건물은 폐허 비슷하게 되었고, 건너편 '모텔온천원탕'이 그나마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간만에 아들과 함께 온천탕에 들어갔다. 피로에도 좋고, 위장 등에 좋다는 설명을 붙여놓은 게르마늄이 많이 섞인 온천탕이라 그런지 온몸의 피로가 봄 햇빛 얼음 사르르 녹듯 피로가 쫘악 풀리는 듯 개운하다.

 

아들과 함께 걸어서 너무 행복했다. 아들도 나와 비슷한 느낌이었을까? 차마 물어보지는 못했다. 괜히 아들이 아무런 느낌도 없었고 힘만 들어 다음부터는 안 걷겠다고 말한다면 안물어본 것만 못하기에...

설마 끝까지 걸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끝까지 최선을 다해 함께 걸어준 아들이 대견하고 사랑스럽다.

무엇보다도 걸으면서 주고받았던 이야기들..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었다.

먼훗날 아들과 오늘 도보여행를 행복해 하며 추억으로 떠올릴 생각을 하니 더없이 기쁘고 행복감이 밀려온다...

 

또 언제나 이런 시간을 가질수 있을까나...

 

공교롭게도 로 선물한 신발을 신고 걷게되었다. 도시를 벗어나자 마자 보게되는 전원의 모습..

 

 

오르막 세 고개를 넘고, 부사원고개에 있는 '모형항공기박물관'을 관람하다.

 

춘천을 지나 홍천에 이르는동안 만난 예쁜 자연공간들...

 

6시간 20분만에 춘천을 떠나 '홍천온천'에 도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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