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향기 편지로 남다
이재원 지음/ 도서출판 답게
학생때나 결혼전까지만 해도 직접 그린 편지지에 정성스럽게 편지를 쓰고, 쓰다 틀리면 다시 썼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편지보다는 메일로... 아니 요즘들어 메일보다는 핸드폰 문자로 건조하게 쓰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아예 글 쓰는 것조차도 컴퓨터 자판에 손을 얹어 놓아야 글을 쓰는 경우가 많아 졌지요...
그래서인지 고민하면 마음담아 정성드려 편지지에 또박또박 쓸때보다 너무 쉽게 사람 관계를 쉽게 살아갈 때가 많아 진 것은 아닌지 모릅니다.
먼 옛날, 우편이 잘 발달 되지 못하던 시절..
우리의 조상들은 어떻게 소통을 하였을까요?
좋아 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또한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간의 소식을 어떻게 나누었을까요?
이재원의 <천년의 향기를 편지로 남다>를 읽었습니다.
작가 이재원은 KBS춘천총국 시청자 위원회 위원을 하면서 만났습니다.
평소 다정다감하시고 부드러우시며 겸손하신 분이 어느날 위원들에게 친히 책을 선물 하셨습니다.
그러나 책을 받은지는 오래되었지만 최근에서야 책을 읽게 되었지요..
편지글 내용 내용마다 애틋함과 인간미를 흠뻑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가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 편지가 가지고 있는 사연이나 일반적인 에너지가 감동이 되고 가치를 줄 수 있다면 이것은 현재 또는 미래에 남겨질 사람들과 마음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 생각하고, 가슴속에 피아노 건반이 가장 낮은 음계인 "라"음을 누르고 있는 듯 한 편지를 찾아내고 싶었으며, 편지를 통해 사랑과 영혼이 결합되는 과정이 얼마나 눈물겹고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리고 싶다" 는 마음으로 쓰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간, 부부간, 부모와 자녀 그리고 가족간, 스승과 제자간의 애틋한 사랑과 정을 그리고 관계를 느낄 수 있습니다.
피 같은 사랑-기생 홍낭과 고죽 최경창
조선 8대 문장가였던 고죽 최경창과 재색을 겸비한 경성의 유명 기생 홍낭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 그리고 이별까지의 사연이 고스란히 편지에 녹아있습니다. 결국 고죽과 홍낭의 애절한 사랑은 죽음으로도 갈라 놓을 수 없었기에 지금까지도 최씨의 후손들이 예를 갖춰 홍낭의 묘를 돌보며 제를 올리고 있답니다.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임에게
주무시는 창밖에 심어 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나거든
나인가도 여기소서
사모곡(思募曲)-원이 아버지에게
경북 안동의 산기슭에서 아파트 택지 개발사업이 한창일때 방치된 주인 없는 무덤 이장을 하던중 발견한 400년이 훨씬 넘은 것으로 판명된 산 자가 죽은 자에게 보내는 한글로 된 편지,머리맡에서 나온 짚신과 미투리....
편지의 저자는 원이 엄마라는 사람으로 남편의 병환이 날로나빠지자 쾌유를 기원하며 자신의 머리카락과 삼 줄기로 미투리를 삼았습니다..갑작스럽게 죽은 남편을 떠나보내며 아내가 마지막으로 임과의 사별을 슬픔과 애틋한 사랑으로 쓴 편지입니다.
얼마나 남편을 그리워 했기에 400여년이 지났음에도 빛바래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있을까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어서 나를 델가 주세요.
당신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가족 사랑-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다음으로, 학자가 아닌 인간 다산 정약용의 가족에 대한 모습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편지입니다.
다산은 오랜 유배 생활속에서도 남겨진 자식들을 위한 훈계와 교육의 방법으로 그리고 자상한 아버지로서 역할을 하게 되었으며, 또한 홀로 남겨진 아내를 걱정하는 지아비의 심정으로 애절하게 편지를 쓰게 됩니다.
특히 어린나이의 막내아들 농아가 역병으로 잃게됨을 애달파하며 쓴 편지나, 아내가 시집올때 입었던 낡은 비단치마를 잘라 첩(帖)으로 만들어 자식들과 아내를 위하여 편지로 보낸 하피첩..
하룻밤 사이에 떨어지는 꽃잎 무수히 날리고
집 주위엔 울어 대는 비둘기와 먹이 물러 주는 제비뿐
외로운 나그네에게 돌아가란 말없고
언제쯤 아내의 침소에 들어 젊은 날 같은 향기로움
다시 나눌 수 있으려나
그리워 말고 그립다 말자
상심으로 한탄하는이내 꿈속에서라도 얼굴 보고 지고...
끝없는 사랑-아버지의 이름으로
다음으로, 1910년대 글깨나 쓴다는 사람으로 당시의 문화와 가치관으로 보았을때 자존심 때문이라도 감히 쓸 수 없었던 내용이지만 시집간 딸아이가 병들게 됨을 걱정하며 또한 혹여라도 병을 숨기고 혼사를 시킨 것이 아니겠는가의 의심을 해소하기 위하여.. 그리고 결국 딸아이가 죽게됨을 슬퍼하며 ..사돈댁 어른들에게 예를 갖추고 도리를 다하며 정으로 써보낸 안타까운 편지를 보면서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낡은 돌판 위의 편지-내 아내의 이름은 경애다
사랑하는 내 아내의 이름은 경애다....
믿음 하나만으로 맹세하노니
그대를 어찌 감히 잊을 수 있단 말이오
세상에 나만 홀로 남겨져
그대 잠들어 있는 무덤까지 함께 따라가지 못하는
이내 심정 아프다 못해 애통하도다...
860년여년 지났음에도 낡은 돌판위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 묘지석에서 새겨 있는 편지입니다.
염경애는 수원지방에서 대대로 향리로 지냈으며 루백포호도(조선시대의 교과서에 해당되는 삼강오륜도와 오륜행실도에 효행에 관한 글과 함께 실려 있는 최루백의 효자도)의 주인공인 최루백의 아내 입니다.
이들은 고려시대에 상상할 수 없는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하였으나 마흔일곱의 나이로 아내를 세상을 떠나보내며 슬픈 마음과 안타까운 심정으로 쓴 편지를 담았습니다.
사제의 정(情)-세한도
마지막으로 사제의 정을 잘 나타낸 스승 추사 김정희와 제자 우선 이상적에 관한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추사가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스승과 제자의 변함없는 의리 보여준 제자에게 고마움의 뜻을 담아 '세한도'를 그려 보내줍니다.
스승과 제자 사이의 정과 도리가 어떠하여야 하는지를 그림을 통하여도 충분히 전달되고 남음이 없습니다.
40대, 다시한번 공부에 미쳐라 (1) | 2012.07.19 |
---|---|
톡톡 튀는 상상디자이너... 남이섬 CEO 강우현의 상상망치 (0) | 2012.06.04 |
<분노하라>의 저자 스테판 에셀의 '정치 제안서'- <지금 일어나 어디로 향할 것인가> (1) | 2012.05.08 |
무엇을 위해 쉼 없이 일하는가? 행복의 중심 휴식.. (0) | 2012.03.11 |
잠깐 멈출 때! (0) | 2012.03.05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