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고 기분좋은 하루를 시작하면서

2월부터 춘천시청소년수련관'꿈마루'로 출근을 하고 있습니다.

춘천YMCA에서 홍천군청소년수련관을 2월부터 위탁운영을 하기에 이곳의 관장이 홍천으로 이동하였기에
춘천시청소년수련관 관장직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꿈마루와 집까지는 걸어서 30분정도의 거리입니다.
어제 꿈마루에서 행사가 있어 차를 뺄 수가 없기에 걸어서 퇴근을 하였습니다.

오늘 아침에 눈을떠 창밖을 보니 하얀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며칠사이 강원영동권에 100년만의 눈폭탄이 내려 도시가 마비되다시피 하였습니다.
적십자에 근무하고 있는 아내가 아침일찍 영동권 눈치우는 일에 봉사하기 위하여 출발하였습니다.

걸어서 출근하자고 생각했기에 조금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주차장에서 벗어나고 있는 차들의 모습이 제각각입니다.
눈 덮힌 모습 그대로 윈도우만 간신히 치우고 가는 차량,
그런대로 눈을 치우고 가는 차량...
차량 운전자의 성격을 대충 짐작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얕게 깔린 눈을 밟으니 그래도 뿌드득 뿌드득 소리가 나면서 기분을 좋게 합니다.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눈들은 이미 눈꽃이 되어 있습니다.
 
차도에는 이리저리 차에 짓눌린 눈들이 흉칙스럽고 질퍽하게 망가져 있습니다.
항상 당장의 눈에 좋게 보이는 것이 아름다운것만은 아닌 듯 싶습니다. 

그런가 하면 인도에는 앞질러 걸어 갔던 발자욱들이 찍혀져 있습니다.
남자의 발자욱일까? 아니면 여자의 발자욱?
무슨일로 걸어 갔을까? 어떤 기분으로 걸었을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걷는 기분 또한 걷는자의 자유입니다.

사람들이 잘 걸어 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인도보다는 차도의 눈들을 빨리 치우는가 봅니다.
사람우선의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지난 달 눈길에 넘어지셔서 대퇴부 골절이 난 장모님이 생각이 났습니다.
장모님처럼 되지말아야지 되새기면서 간만에 걷는 다리에는 온통 긴장과 더불어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구두를 신었기에 약간의 언덕배기에 혹여라도 미끌어질까봐 더욱 조심하여 걷는데
누군가가 빗질을 해 놓은 흔적이 있습니다.
신고 있는 구두는 3년이나 더 되었습니다.
딸래미가 에너지절약 수기공모에 당선되어 받았던 상품권으로 샀던 구두입니다.
물론 일년뒤에 현찰로 다시 갚았지만... 돈에는 부녀지간도 겁납니다.^^

집앞 눈 치우는 조례가 있어도 별 효과가 없는 마당에..
지나가는 길 근처에는 건물이며 집들도 없는데 눈이 치워져 있었습니다.
아마도 아침 일찍 천사같은 청소부가 아무 상관없는 누군가를 위하여 배려의 손길을 펼쳤나 봅니다.

차도위를 쌩쌩 달리는 차들을 보았습니다.
표정도 없이 목적지를 향하여 운전하는 운전사들...
어제의 제 모습이었습니다.

조금의 여유와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의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도와 주변 경관도 걸어다니고 싶을 정도의 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약 25분정도 걸려 꿈마루에 도착하였습니다.
등 뒤로 땀이 따뜻하게 흐릅니다.
머리에도 이마에도 하얀 김이 연실 내뿜어져 나옵니다.
제아무리 추워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 사람은 활동을 해야하고 성실하여야 합니다.

수련관으로 들어오는 길에 눈이 소복히 쌓여져 있고 미처 치우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가방을 내려놓고 싸리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었습니다.

수련관으로 오는 사람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고, 즐겁고, 기쁘고....
그런 하루가 되도록 기원하는 기도를 하면서 눈을 좌우로 쓸었습니다. 

이내 눈쓸기를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가 커피메이커에서 원두커피를 내렸습니다.
커피향이 그 어느때 보다도 향기롭습니다.

그 어느때보다도 기분좋은 하루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