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봉' 이름을 가진 산이 많은 것 같습니다.
춘천에만해도 사암리에, 그리고 발산리에도 수리봉이 이름을 가진 산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단양, 문경, 원주, 안산, 양구 등 여러 지역에도 <수리봉>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 산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수리봉이란 이름은 아마도 산의 모양이 수리나 매 형상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춘천의 발산리에 있는 수리봉은 '물을 이롭게 한다'는 의미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이번에 오른 수리봉은 춘천 사암리에 있는 대룡산 줄기의 '수리봉(644.9m)'입니다.
그동안 대룡산을 네번정도 다녀왔는데 원창고개나 고은리 쪽에서 산행을 시작했었습니다. 전에 대룡산 수리봉을 지날 즈음에 사암리 방향의 이정표를 본 기억이 있어서 사암리로 이사온 후 가끔씩은 수리봉까지만이라도 가볍게 산행을 하리라 마음먹었는데 지금까지도 실천하지 못했었습니다.
쉬는날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수리봉 산행을 하고 싶었습니다.
무덥던 날씨도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게 느껴지는 때이고,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에는 잔뜩 흐린 날씨라 마음을 먹었습니다.
산에 오를때 필요한 물건들을 챙겼습니다.
손수건, 간식으로 먹을 영양갱, 스마트폰, 그리고 등산화와 스틱...
아직 자고 있는 아내가 깨지 않게 조심히 문을 열고 콧바람 불며 집을 나섰습니다.
대룡산에는 안개가 자욱히 끼어 산 중턱 윗부분은 아예 가려져 보이지 않습니다.
처음으로 가는 길이라 얼추 대룡산쪽으로 향하면 어떤 길이 있겠지 싶어
한 걸음, 한 걸음... 대룡산을 향해 발을 내딛습니다.
길이라도 미리 알아볼 걸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어차피 집에서 바라보이는 앞산 정도이니 굳이 길을 알아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길이 있으면 따라가고 없으면 만들어 가면되고..."
예전에는 그래도 좀 꼼꼼하고 계획적인 성격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즉흥적으로 무계획적으로 '지금'에 충실하자는 성격으로 변했습니다.
사암1리 들녘을 지나 까페 로떤느, 그리고 무인까페 화사로와를 지나 고속도로 다리 밑을 지나니 반갑게도 '수리봉'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일단 안심입니다.
입구부터 짙은 안개가 끼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많이 오가지 않았는지 낙엽과 풀에 덮여 있는 길이 길 같지 않아 보입니다. 안개로 인하여 불과 몇 m 앞밖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파른 능선을 따라 무작정 산을 오릅니다.
산 중턱즈음에 다다르니 땀으로 몸이 흠뻑 젖었습니다. 연실 닦어내는 땀방울이 손수건에 흥건히 맺혀 있습니다.
금방 목적지에 오를 것 같았는데 몸도 마음도 힘들고 땀방울 조차도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이내 마음속에는 슬그머니 이런저런 고민이 살아납니다.
그냥 내려가도 누가 뭐랄 사람이 없겠지만 그냥 다시 내려갈까 아니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갈까.. 두 마음이 서로 다투고 있었습니다. 그래 간만에 결심하고 산에 올랐는데 이까짓 정도로 힘들다고 포기할 수 없다고 다시 결심을 합니다.
곧장 오르던 길 정상에 다다랐습니다. 어느새 머리위로 가득 찼던 구름이 발 아래로 자욱 깔렸습니다. 관점에 따라 생각하기에 따라 세상이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상이 수리봉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닙니다.
대룡산 정상을 향한 길과 원창고개쪽으로 내려가는 길, 중간에 섰습니다. 수리봉은 어느쪽으로 가야 하나 수리봉보다 더 높이 올랐나 아니면 더 올라가야 하나...
전에 대룡산 산행할때 정상 깃발봉에 비해 수리봉은 아주 낮았다고 기억하고 있어서 내려가는 길을 택하고 한참 내려왔는데 아무래도 이 방향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또다시 고민이 됩니다. 스마트폰을 꺼내 위치확인을 해 보았습니다. 수리봉은 반대방향으로 좀더 올라가야 한다고 알려주는 듯 합니다. 에라 모르겠다 다시 걸음을 바꿔 반대방향으로 다시 올랐습니다.
내려왔던만큼 다시 오르고 좀더 높이 올라가니 '수리봉' 이정표가 보입니다. 아직도 1.6km 더 남았다고 알려줍니다. 이미 다리가 흔들리고 땀으로 온 몸을 적셨지만 조금 더 힘을내어 드디어 수리봉까지 도착하였습니다.
목적지에 다다랐다고 하는 기쁨, 성취감.. 이런 맛에 등산을 하는가 봅니다.
구름사이로 춘천시내가 보입니다. 누군가는 내가 서 있는 쪽을 향해 바라다 보고 있겠지요? 나처럼 언제가는 저기 수리봉만이라도 등산해봐야지 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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