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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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꽃

함께/사암마을

by 함께평화 2022. 6. 2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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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꽃

 

어제까지만해도 필까말까 수줍게 망설이던 나리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길지도 않는 줄기에서 하늘을 향해 노랗고, 주황색 나리꽃의 여섯 꽃잎이 펼쳐졌습니다.


'나리'꽃의 나리는 순우리말 이름이라고 합니다.
꽃이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나리꽃,
옆을 바라보면 중나리꽃,
땅을 바라보면 땅나리꽃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ㅎㅎ

나리꽃은 다년생으로 매년 싹이 나고 꽃이 피고지는 번식력이 강한 식물입니다.

올해는 몇송이 밖에 열리지 않았지만 내년이면 온통 나리꽃 세상이 될 것 같습니다.


나리꽃의 꽃말은 '진실, 순수, 순결...'이라고 합니다. 

꽃말처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말끔하게 생겼습니다.

한참을 나리꽃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나리꽃도 빤히 고개들고 나를 쳐다봅니다.

마치 내게 무슨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듯 합니다.

 

나리꽃으로 인하여 꽃밭이 환해졌습니다.

내 마음도 활짝 펴집니다.

나리꽃으로 인하여 더 순수하고 진실하고 행복한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나리꽃

 

/ 도종환 

 

 

세월의 어느 물가에 나란히 앉아

나리꽃만 한나절 무심히 바라보았으면 싶습니다

흐르는 물에 머리 감아 바람에 말리고

물소리에 귀를 씻어며 나이가 들었으면 싶습니다

살다보면 어느 날 큰물 지는 날

서로 손을 잡고 견디다가도

목숨의 이파리 끝까지 물은 차올라

물줄기에 쓸려가는 날 있겠지요

삼천 굽이 물줄기 두 발짝도 못 가서 손을 잃고

영영 헤어지기도 하겠지요

그러면 또다시 태어나는 세상의 남은 생애를

세월의 어느 물가에서 따로따로 그리워하며 살겠지요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목이 길어진 나리꽃 한 송이씩 되어

바위 틈에서고 잡풀 속에서고 살아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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