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여행 4일차
여행 일정의 반이 지난다. 광활한 푸른 초원에서 시간을 보내며 잘 안갈 것 같은데 여전히 시간은 잘도 흐른다.
이른 아침에 일행들은 미니사막에서 일출을 보겠다며 몰려갔고, 게르 주변에서 찬날씨임에도 안주인은 맨손으로 소 젖을 짜고 있었다. 미리 송아지가 어미소의 젖을 조금 빨아먹은 후 손으로 젖을 짰다. 그런후 송아지에게 어미 젖을 물렸다. 한편에서는 바깥주인이 말과 소떼들을 초원으로 열심히 몰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떼중에 리더격이 있는지 처음에만 주인이 방향을 정해주면 스스로 리더를 따라 가더라는 것이다.
3일간 매일 장거리 여행이었지만 오늘은 그나마 목적지까지 짧은 거리이다.
아침식사를 하고 2~3시간걸려 도착한 곳은 징기스칸에 의해 설립된 몽골제국 초기의 수도인 '하라호름'이다.
몽골제국의 초기 수도- 하라호름
징기스칸의 셋째 아들인 몽골제국 2대 왕인 오코타이 칸이 1235년부터 건설하여 1238년에 세워진 곳이 바로 '하라호름'이다. 세계를 제패했던 몽골제국의 초기 수도라 기대했던 것보다 작고 초라하였다. 역사는 늘 강자편만 드는게 아니라 돌고 도는가보다.
일본이 지원한 박물관에 들어갔다. 몽골의 역사에 대해 안내원으로 부터 설명을 들었다. 박물관안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기에 가이드의 통역에 의존하여 간략하게 설명을 듣는다. '하라호름'은 궁궐의 담이 검은색이어서 '검은 담'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한다. 1889년 아드린체프가 에르덴조 사원 근처에서 폐허의 흔적을 찾아내기 전에는 아무도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했다고 한다. 정확한 위치는 1890년에야 밝혀졌다. 이때 발굴된 자료에 의하면 1215년과 1268년 큰 화재가 있었고, 1380년, 1466년 두 차례 중국인에 의해 크게 파손되었다 한다. 그래서인지 몽골인은 중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한다. 초기 왕궁의 규모로 보았을때 당시의 하라호름의 크게 번창했던 모습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하라호름은 몽골 5대 칸인 쿠빌라이가 수도를 북경으로 옮기면서 이곳은 급속히 쇠퇴하고 만다.
에르덴조 사원
에르덴조 사원은 하라호름 성안에 있었던 라마불교 사원이다. 넓은 성안에 덩그러니 몇개의 사원만 남아 있어서 휑한 분위기다.
징기스칸은 제국을 건설하면서 잡아온 노예들의 불만은 잠재우고자 그들의 종교를 존중해주었다고 한다. 성안에는 라마불교 뿐만아니라 기독교, 이슬람교 등의 종교 시설도 있었다. 현재 남아있는 시설이 에르덴조 사원이다. 이곳은 4개의 큰문과 108개의 사리탑으로 둘러쌓인 몽골 최초의 라마불교 사원이다. 에르덴조는 '백개의 보배'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한때 100여개의 절과 300여개의 게르, 만여명의 승려가 거주했던 거대한 사원이었다고 한다. 여전히 지금도 사원안에서 불경을 외우고 있는 스님들을 볼 수 있었다.
쳉헤르(Tsenkher) 온천
하라호름에서 다음 목적지인 쳉헤르 온천으로 이동하였다. 쳉헤르온천은 몽골중부지역에 위치한 아르항가이 아이막(우리말로 '도')이라는 곳에 있다. 하라호름에서 점심을 먹은 후 시장에 들러 온천에 들어가기 위한 반바지를 샀다.
그동안 넓게 펼쳐진 초원만 지나다가 쳉헤르온천을 가면서 그래도 몽골의 산과 나무를 볼 수 있었다. 전날 내린 눈때문인지 땅이 질퍽거렸고 스타렉스가 4륜차 아니었기에 산을 오르는 동안 무척이나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자칫 경사 높은 산을 오르다가 차가 설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생겼지만 '자야' 기사를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구릉과 산을 넘으면서 초원에 풀어 놓은 양, 염소, 소는 물론 야크와 독수리까지 볼 수 있었다. 가을지나 겨울이 돼서인지 이미 침엽수는 누렇게 단풍이 물들어 있었다. 한국에서야 흔한 산풍경이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산과 초원의 모습은 그야말로 그림같이 느껴졌다.
비포장 산길을 구비구비 울퉁불퉁 넘실넘실 따라가다 드디어 목적지인 쳉헤르온천리조트에 도착했다.
게르에서만 머물다가 콘크리이트 구조물을 보니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현대식 시설이라 금새 표정이 바뀌었다. 숙소가 점점 매일매일 좋아지고 있다. 건물 바깥에는 온천 원수에서 배수관을 연결하여 담아놓은 노천탕이 있다. 날씨가 워낙에 추워 온천에 들어가야되나 망설였지만 이곳까지 온 목적중 하나가 노천탕에 몸 담그는게 아니었던가? 용감하게 윗몸에는 아무것도 거치지 않은채 시장에서 산 반바지를 입고 노천탕에 들어갔다. 참을만 했다. 온천바깥으로는 매서운 칼바람이 휘날렸지만 40도를 오르내리는 온천은 그저 따뜻하기만 했다. 귀찮고 두렵다고 머뭇거리기보다는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리조트에는 한국인 관광객들 몇명과 지역 학교 교사들이 있었다. 몽골에서는 매년 10월 첫째주 일요일이 '스승의 날'이라고 한다. 행사는 저녁식사 즈음에 시작한 스승의 날 행사에는 간단한 기념시과 시상식에 이어 밤늦도록 노래와 댄스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수고한 교사들의 노고에 감사하기에 시끄러워도 불평하지 않고 취침 음악으로 여기고 곤한 잠을 ~~
젖짜는 주인...사진을 찍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카메라를 향하여 머리까지 돌려줍니다.
젖을 짜자마자 송아지가 어미젖을...
아침이다 너희들도 초원으로 출근해야지...
하라호름의 안내도
하라호름 박물관
에르덴조 사원
쳉헤르 온천 가는 길.. 산 오르고 넘고...
쳉헤르온천 리조트
노천탕
유명 세계인을 그림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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