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단둘여행.. 갈까말까?
오는 10월 28일이면 아내와 결혼한지 만19주년을 맞는다. 95년, 3박4일 일정으로 제주도로 신혼여행간 이후 그동안 이틀이상 아내와 단둘이서 함께 여행을 가본 적이 없었다. 아이들과 함께 가족 여행은 매년 가기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부부여행을 떠나더라도 노인이 되었을때보다는 좀 더 젊었을때 여행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백발의 노인이 되어 손잡고 여행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기는 하지만 왠지 쓸쓸하고 처량해 보였기 때문이다.
일하고 있는 아내와 지금껏 함께 휴가를 맞추기는 쉽지 않았다. 아마도 결혼이후 여름철 휴가를 함께 보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몇년전 아내가 큰수술하고 올해도 수술을 하면서 다른 어떤일 보다도 우선하여 아내와 함께 행복하게 보낼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올해 여름, 아내와 나는 휴가를 쓰지 않은 상태였는데..한 달여전 아내가 먼저 10월중에 단둘여행을 가자는 제안을 하였다. 10월에도 여러 활동이 잡혀있긴 하지만 어쩌면 시간을 조정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내에게 "그러자"고 약속을 하였다.
그러나 여행 일주일전까지만 해도 아내는 회사에 휴가 신청을 받아놓았지만 나는 뜨뜨미지근하게 별 준비도 하지 못하고 결정도 하지 못한 상태였었다. 고1 아들내미는 여행전에 중간고사시험이 끝나지만 고2 딸내미는 여행 계획이 잡힌 주간에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아마도 아내가 딸내미 걱정으로 여행을 취소할 수도 있겠다는 짐작을 하고 있었기에.. 아마도 그렇게 취소되기를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내는 취소는 커녕 여행 스케줄이 어떻게 되느냐 내게 일정을 말해달라 한다. 아이들도 자기들 핑계대지말고 걱정말고 엄마와 함께 여행을 다녀오라고 나를 몰아 세웠다. 어쩔수 없이 사무실에 휴가 계획을 알리고 여행 일정을 머릿속에 몇가지 그렸다.
여행떠나기전 2박3일로 워크숍을 다녀오면서 생각한 여행계획을 아내에게 설명하였다. 아내는 일단 나를 믿고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며 내 계획에 동의를 하였다.
아내와 함께하는 단둘여행 원칙
연휴가 끼어있어 대략 단둘여행은 8박 9일 일정으로 잡았다. 여행장소는 남해안을 쭈욱 훑기로 하고 처음 3일정도는 그런대로 세부일정을 잡았지만 그때그때 상황을 봐가면서 자유롭게 다니기로 한다. 여타 부부들이 여행을 하면서 오히려 의견다툼으로 여행을 망치는 일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가급적 아내의 말에 우선적으로 존중하고 배려한다 등 나름 단둘여행 원칙도 몇가지 세웠다. 이런모습을 보면서 아내는 무슨 단둘여행에 원칙을 만드냐며 피식 웃는다..
떠나자! 부부여행~
9일 아침 10시, 행복하고 아름다운 여행을 축복하듯 화창하고 전형적인 가을 날씨이다. 그동안 우리도 아이들도 일주일 이상 헤어져 살았던 적이 없었기에 아이들 스스로 밥도 챙겨야 하고 집안 정리며 학교 등하교며.. 걱정되고 염려가 되지만 아이들이 잘할 것으로 믿고 우리 부부는 각자 옷가지와 세면도구 등을 채워넣은 가방을 들고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집을 나섰다. 승용차에 짐을 싣고 주행메타기도 0으로 맞추고 주유소에 들러 기름도 만땅으로 채워 놓았다.
여주 아울렛
첫번째 일정은 먼저 여주 아울렛에 들러 옷을 몇가지 사기로 하였다. 매번 영동고속도를 타고 오고갈때면 언제가 한번 들려야지 했었다.
이국적인 건물, 주차공간도 많았고, 생각외로 입주한 업체도 많았고 규모가 컸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좀더 마음에 들고 가격이 저렴한 매장을 둘러보느라 벌써부터 힘이 들고 허기진다. 아내는 아이들에 줄 옷을 선물로 사고 자신을 위하여 운동화와 자유롭게 입을 옷을 샀다. 나도 가을 옷 몇가지를 주섬주섬 골랐다.
전주 한옥마을
여주 신륵사 주변에서 여주도자기축제장을 둘러보려고 하였는데 아울렛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지체하여 곧바로 전주 한옥마을로 향했다. 전주가 바로 두번째 목적지였다.
여주에서 전주까지 가는 고속대로는 연휴기간이지만 막히지 않게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전주 시내에서 한옥마을로 진입할때는 멀리 한옥마을 주차장 표지판이 보이는데도 몰려든 관광객들로 인하여 좀처럼 이동할 수가 없었다. 정체된 도로에서 아르바이트 청소년이 식당 전단지를 내밀었다. 한옥마을 주차장 옆 호텔 2층에 위치한 식당 홍보였는데 식사를 하면 무료로 지하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어차피 점심도 못먹었는데 차를 옆차선으로 변경하여 꽉막힌 차들을 제치고 호텔로 향했다. 비어있는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이미 오후3시정도 되었기에 날이 저물면 둘러보는것도 힘들겠다 싶어 우선 한옥마을부터 둘러보고 와서 저녁겸 하여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주차장에는 안내원이나 주차증을 끊는 장치도 되어 있지 않아 아마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말 무료 주차장이었다.
한옥마을 골목골목에는 이미 무척 많은 관광객들로 차고 넘쳤다. 연인으로 보이는 손잡고 거니는 커플외에도 떼지어 다니는 중국인 관광객 뿐만아니라 가족단위 친구단위로 삼삼오오 한국의 전통적 건물을 감상하며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풍성한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한옥마을 근처에는 지난 8월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복미사로 다녀간 전동천주교회가 있었는데 이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아울러 '전주소리축제'가 있어 더욱 사람들이 몰려 들었던 것 같다..
날이 저물면서 차를 세워 두었던 호텔로 가서 전주비빔밥정식을 든든히 먹고 두번째 목적지인 담양을 향하기로 하였다.
오후6시가 되면 이미 해가 기운다. 가을임에도 낮에는 무덥지만 저녁이 되면 스산한 느낌이다.
대나무 고장, 담양에 도착하다
저녁 9시가 다되어 담양에 도착하였다. 사전에 숙소를 정하지 않았다. 원래 계획은 담양의 한옥마을로 불리는 슬로시티 삼지내마을에 가서 하룻밤을 머물려고 생각하였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 숙소에 대한 두려움으로 우선 읍내로 가면 머무를 수 있는 곳이 설마 없겠냐하며 담양읍내로 들어갔다. 네비게이션으로 주변 숙소 검색을 하여 숙박여부와 가격을 흥정을 하기로 하였다. 그렇지만 아내는 아무데나 들어가지 말고 일단 숙소 몇곳을 둘러보고 결정하자고 한다. 이런것이 여자와 남자의 차이점일까? 남자는 대충 잘 수만 있으면 되는데 여자들은 분위기와 환경을 중요시하는 듯 하다. 어쨋거나 "담양대나무이야기"라는 모텔을 결정하고 1박을 하기로 하였다. 모텔에 짐을 부려놓고 동네 마실을 다녀보기로 하였다. 거리는 깨끗하고 정겹게 느껴졌지만 작은 읍단위라 그런지 이미 불꺼진 곳들도 많았고 돌아다니기가 왠지..여하튼 여행 첫날 먼곳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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