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으로 GO GO
1월 23일(수)..
전날 늦게까지 처리해야할 일이 많아 채 2시간도 자질 못했지만 새벽 3시20분에 눈을 떴다.
'춘천YMCA 재능나눔장학회' 아동청소년 7명과 나를 비롯한 인솔자 3명이 대만과 중국으로 해외연주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였다. 이번 여행은 내가 YMCA사무총장으로서 공식적으로 마지막 해외 여행이 될 것이기에 마음이 더 설렜다.
이번 일정은 대만 대남에서 3박4일, 타이베이에서 2박3일, 그리고 중국 상해에서의 3박4일, 총 8박 9일간의 일정이 잡혀 있다. 더욱이 대만은 지금까지 4차례 방문을 하였는데 그 중 3차례나 공항에서 일이 있었기에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몇번이고 내가 맡은 일정표 정리와 비행기표와 예약한 리무진버스티켓, 선물 등등을 다시한번 체크하였다.
아내가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감사하게도 배웅을 해주었다.
내일모레 교회에서 비전캠프로 인도로 떠날 아들과 미국 교환학생으로 가 있는 딸내미, 그리고 8박9일간의 대만과 중국으로 출장가는 나.. 결혼후 처음으로 가족 모두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아있을 아내가 은근 걱정이 되었다.
해외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새벽4시30분 인천공항발 리무진이 한대더 배차가 되었어도 꽉찬 상태에서 출발하였다.미리 공항버스 예약을 하지 않았더라면.. 경제가 어렵다는데 해외로 나가는 사람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모양이다.
예상보다 일찍 공항에 도착하였다.
아침 식사를 건너뛸 것을 염려한 채원이 엄마가 새벽 일찍 준비해주신 유부초밥과 과일, 음료를 감사하게 먹으면서 일행들에게 일정 소개와 주의사항 등을 설명한 후 탑승 수속을 받으러 갔다.
이번에도 겪는 대만 징크스..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질리야..
순조롭게 탑승 수속을 받는가 싶더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일행중 민서의 여권만료일이 6개월에서 2일이 부족하니 탑승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권을 체크했었던 사람이 내가 아니었기에 특히 중국비자 문제로 여행사에서 꼼꼼히 체크했어야 하는데 이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제 여행사 직원이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을 언제든지 하라"는 말에 "무슨 일이 있으면 되겠어요? 여행사에 어련히 잘 챙겼겠어요." 하였던 말과 공항까지 오면서 페이스북을 통해 일정 포스팅을 하면서 페친이 "중국에 가서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해라. 중국 상해에 자신의 아들이 살고 있다." 댓글에 "무슨 일이 생기지나 않도록 기도해달라"는 말이 번듯 떠올랐다.
타이베이발 9시10분 비행기였지만 그래도 여권연장을 위하여 외교통상부 공항지점으로 가보기도, 여기저기 도움이 될 만한 곳을 찾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보호자 한명과 아이는 오후 비행기로 대치를 하고 나머지 일행은 출발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미 타이베이공항에서 우리를 마중나오기로 한 대남YMCA 관계자에게 상황을 연락하고, 뒷 비행기로 오는 분과 서류를 정리하려는데 또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보호자를 대신한다는 아이들의 부모공증확인서를 주고 받는 중 한 아이의 것이 빠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오~ 주여!
몇년전에 아이들을 인솔하여 필리핀에 입국당시 부모공증확인서때문에 고생했던 생각이 스치어 지나갔다.
탑승시간이 불과 얼마남지 않은 상태에서 큰 장애요소가 되지 않기를 기도하고 비행기에 탑승을 하였다.
어쨋거나 탑승을 하여 착석을 하고 안전벨트를 메고 오늘 일정에 대한 무사함을 기원하는 기도를 하고 있는데..
시스템문제로 30여분 이륙이 연장되겠다는 기장의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참 힘들다...
우리 일행중 거의 모두가 대만은 첫 경험인데 여하간 더 이상 아무런 사고가 없이 무사히 즐거운 여행이 되달라는 기도를 이어갔다.
'춘천YMCA 재능나눔장학회'는 3년전에 음악적 소질과 끼가 있음에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재능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발굴하여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다양한 연주기회 제공과 건전한 청소년육성의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그동안 재정적인 한계로 인하여 매년 2명씩 지금까지 6명의 장학생을 선발하여 레슨비 지원과 정기공연, 그리고 미국과 필리핀 등 해외연주여행을 진행하였다.
장학회가 설립되게 된 배경은 이렇다. 경제적으로 별거한 부모 사이에서 지역아동센터를 다니던 남자 아이가 피아노를 배운지 채 6개월도 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집중력이나 재능이 남다르지 않음을 발견한 센터장이 친분관계에 있던 노에녹 목사님께 이야기를 꺼냈다. 마침 그곳을 방문하였던 노 목사님이 그 아이에게 건네는 말로 "열심히 하면 독주회를 열어 주겠다"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후 6개월간 그 아이는 그 약속을 믿고 엄청나게 연습을 하였으며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 목사님은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고민을 털어 놓으셨다. 그 애기를 듣고난후 나는 이 약속을 YMCA가 함께 돕겠다고 하여 '제1회 재능나눔축제'라는 타이틀로 2010년 8월 15일, 춘천YMCA 본관 Peace Together에서 개최하였다. 연주회가 시작되면서 1년도 채 안된 피아노 경험을 갖고 있던 초등학생 5학년생 아이가 쇼팽과 드뷔시 등을 암기하여 연주하는 모습에 참석한 모두가 놀라게 되었고 감동을 받게 되면서 이러한 아이들을 발굴하고 지원하자는 뜻에서 '재능나눔장학회'설립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작년, 재능나눔장학회 이사회를 하면서 춘천YMCA의 국제망과 관련하여 해외연주 여행을 추진 해보겠다는 제안을 하였다. 마침 작년 8월에 청소년평화캠프로 춘천을 찾은 대만 타이난YMCA와 작년10월 중국YMCA 100주년 행사때 만난 상해YMCA에게 제안을 하게 되었는데 년말에 초청을 하여 주어서 이번 여행이 성사되었던 것이다. 나름 나의 약속이 지켜져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당초 이번 연주여행은 나보다는 국제청소년담당 간사인 이원영 간사나 후임 남궁제정 사무총장 내정자에게 기회를 주려고 했으나 제안자로서 또한 친분관계가 있는 내가 인솔하게 되었다.
눈을 감고 나눔장학회의 설립과 그동안의 활동들을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대만 도착 공지멘트가 나왔다.
시차는 대만이 한국보다 1시간이 늦는다. 시간으로 3시간여 걸렸지만 타이베이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11시경이었다. 타이페이 공항에 도착하여 혹여라도 부모공증확인문제가 발생할까 마음이 조마조마 하지만 아무런 문제 없이 통과되었다.
출구로 나오니 대남YMCA의 이번 행사 담당자인 Eric과 Ziggi 간사 그리고 자원봉사자 Huhan이 마중나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에릭은 춘천에도 두차례 왔었으며 작년에도 청소년평화캠프 인솔자로 춘천을 방문하였었다. 올해 꼭 대남을 방문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어떤모양이든 약속을 지키게 된 셈이 되었다.ㅎㅎ
우리 일행중 문제로 2명이 오후 비행기로 올 것이라는 얘기와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렌트한 버스를 타고 타이베이에서 타이난까지 이동하였다. Ziggy 간사는 저녁에 도착할 우리 두명의 일행을 기다리기 위하여 공항에 남기로 하였다.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너무 감사하였다...
중간 휴게소를 들리기도 하고 5시간여 걸쳐 버스를 타고 타이난에 도착하였다. 지금껏 두차례에 걸쳐 버스로 이동하여 보았지만 우리나라 처럼 고속도로 주변에 휴게소가 많지 않아 보였다.
타이난에 도착하여 신학대학교 게스트하우스에서 짐을 부렸다. 비용때문에 호텔이 아닌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기로 하였던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국제교류프로그램이 계속 진행될텐데 공식적인 기념행사 등의 행사가 아닌이상 일정정도의 자부담 형태로 진행하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을 위하여 재능나눔장학회를 함께 섬기고 있는 한울섬김교회에서는 반찬판매 행사를 하였고 춘천YMCA에서도 꽤 많은 재정적 지원이 있었다. 또한 몇몇 이사분들이 후원을 해 주셨기에 감사하다.
첫날 잡혀있던 환영만찬은 일행이 모두 도착하지 않았기에 내일로 조정하고 시내 먹거리 골목으로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저녁식사로 쇠고기국수와 만두 등 여러 타이난 전통음식들을 맛보았다.
몇차례 타이난YMCA 공식행사에 초청되어 주로 호텔과 좋은 음식을 대접을 받았지만 그보다는 이렇게 자유롭게 현지 상황에 어울리면서 지역음식을 체험하는 것이 색달랐고 사실 더 재미있고 즐겁다는 생각을 하였다.
식사후 아이들이 연주 연습을 위한 원했기에 타이난YMCA로 가서 연습을 하였다.
함께 온 아이들이 춘천에만 있는 아이들이 아니라 부산과 서울, 상주에 살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기에 함께 앙상블 연습은 충분하지 않았다. 떠나오기전 날 몇번 맞추었을뿐 그리고 예예동산에서 최종 리허설 연주를 한 정도라 여전히 시간이 부족하고 연습이 부족한 것을 누구보다도 아이들은 느끼고 있었던 것이기에 연주를 앞두고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였다. 음악부분은 노에녹 목사님이 담당을 하고 있었기에 아이들은 스스로 연습을 하고 함께 앙상블을 맞추는 모습이 의젓하고 대견해 보였다. 나는 그저 듣기만 하였을 뿐...
다시 뭉친 우리..
밤 10시가 다되어 노에녹 목사님과 민서가 타이난에 도착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숙소로 갔다.
아침에 헤어졌을뿐인데 마치 몇날을 헤어졌다 만난 사람들처럼 반가웠다.
다행스럽게 여권연장문제와 항공편 등이 잘 해결되었던 것이다. 우여곡절끝에 아무런 사고나 문제없이 다시 함께 모였다는 것에 너무 감사하였다. 혹여라도 나머지 일행이 오질 못했더라면 연주 자체에 큰 차질이 생길뻔 하였다.
하루가 참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순간순간 감사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이번 연주여행은 많은 이야기거리와 풍성한 감사가 넘치리라 기대된다.
떠나기전날 리허설 장면
타이난에서의 저녁식사
타이난YMCA에서의 연주연습
아이들과 일행이 숙소로 사용한 "타이난신학대학교 게스트하우스"
숙소에서의 연주연습
게스트하우스에 비치된 전화..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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