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마을 곳곳마다
봄 기운에 겨울이 슬그머니 뒷걸음질 칩니다.
마른나무가지에도 싹이 움틔우려고
하얗게 논바닥을 뒤덮었던 눈이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으며
꽁꽁얼어붙었던 냇가에도 졸졸졸 봄 품은 물이 흐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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