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기시미 이치로 ㅣ 역자:고정아 ㅣ 출판: 에쎄이 2021.6.15
요즘 주로 전자책으로 독서를 합니다. 천여권이 넘는 책들을 갖고 있었는데 몇 차례 이사를 하면서 옮기기도 힘들고 보관하기도 어렵고하여 여기저기 기부하고 나누기도 하면서 점차 도서량을 줄였습니다. 지금은 두고두고 남겨서 읽을만한 책 외에는 상당히 정리한 상태입니다. 처음에는 서운하고 아쉽기도 했는데 정리하고나니 시원섭섭, 후련하기도 합니다. 사실 아내의 암묵적인 협박이 한 몫 했지만요^^. '더는 책 사지말고 책장도 정리를 하시라'...
e-book으로 독서를 한 지는 10년이 넘어갑니다. 2013년 중국 상해에 6개월정도 머무르기 전부터 짐을 줄이기 위해 스마트폰에 e-book을 넣어가서 독서를 했었는데 그때 시력이 많이 저하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면 전자책으로 책읽다보면 눈이 피곤하고 아프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입니다. 반면 전자책도 책읽다가 중요하거나 새겨볼만한 내용이 나오면 밑줄치고 메모하고 책갈피하고... 책장 필요없이 스마트폰이나 테블릿 pc등에 책을 보관하다가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편리성은 좋은 장점입니다.
요즘은 전자도서관에서 무료로 전자책을 대출하여 읽고 있습니다. 반납일을 지켜야하기에 시간을 내어 독서를 하지 않으면 안되긴 하지만....책을 다 읽지 못한체 자동 반납되더라도 다시 빌려서 읽으면 됩니다. 돈도 안들고 마음껏 책도 읽고.. 때로는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은 책들이 있어서 불편하긴 하지만요.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가 쓴 『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2019년말부터 2020년 초까지 일본 NHK에서 진행한 철학 강의를 책으로 출간한 것입니다.
저자는 “철학은 누구나 배울 수 있고, 배우기 전후의 삶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라고 철학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더불어 우리의 인생에서 겪는 나이 듦과 질병, 행복, 죽음 등에 대한 주제를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평소 낮동안 어르신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곤 하는 나에게 눈에 띄는 책제목이라집중하여 읽어 내려 갔습니다.
어르신들에게는 과거나 미래보다는 현재의 삶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건강문제, 경제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어르신들은 살만큼 살았으니 아프지 않고 빨리 죽었으면 하고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얼른 죽어야지... 그냥 내뱉는 소리 같지만 마음에 씁쓸히 와 닿습니다.
기시미 이치로, 저자는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대한 연구가이자 전문가입니다. 여러책들을 통하여 아들러의 학문에 대하여 쉽게 잘 이해하도록 풀이해줍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맹목적인 아들러의 생각을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들러와는 다른 견해를 밝히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아들러가 ‘인생은 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저자는 ‘인생은 변화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젊음과 늙음, 건강과 질병의 우열을 구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타자 공헌'에 목적을 두고 살아가는 삶이 바로 ‘지금 여기’에서 잘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지금 여기’에 초점을 맞춰 매 순간을 진지하게 살아내는 삶의 중요성에 대하여 얘기하며 인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하여 생각해보라는 저자의 말에 무엇보다 지금, 여기에 성실히, 즐겁게,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하튼 이 책을 통하여 아들러의 가치와 생각들을 저자가 다시한번 잘 설명해주고 이와 더불어 저자만의 삶의 철학에 대한 생각들을 곱씹어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밑줄친 내용들....
행위의 주체가 행위의 목적이나 목표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행위를 통해 자신이 얻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알면 그것을 달성하기에 더욱 효과적인 수단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아들러는 “우리에게는 절대적인 가치가 부족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절대적인 가치가 부족하다는 말, 즉 ‘가지고 있지 않다’라는 것은 그것이 ‘없다’는 것과는 의미가 다릅니다. 그러므로 선악을 끊임없이 검증하는 것이 바로 철학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은 누구도 그것을 버리지 않고 버릴 수도 없다.” 진정한 행복은 벗어던질 수 없습니다. … 돈, 사회적 지위, 명예 같은 것은 외투를 벗듯 벗어던질 수 있지만 진정한 행복은 벗어던질 수가 없습니다. 버릴 수가 없는 것이지요. ‘행복은 그 자신의 생명과도 같기’ 때문이며, ‘그 자신의 행복은 그의 생명과 마찬가지로 그 자신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행복은 무슨 일이 있어도 벗어던질 수 없는 것이죠.
행복은 행운이 아닙니다. 행운이 있었기에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지요. 반대로 불운한 일이 있어서 행복하지 않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행복은 그렇게 뭔가에 의해 결정되지 않으며 불행 또한 뭔가에 의해 결정되지 않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성공도 실패도 조금도 행복을 뒤흔들지 못합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되면 인생이 상당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죠.
인간은 오랜 기간을 살다 갑니다만, 남겨진 사람은 그 마지막 ‘죽음’에 얽매이는 일이 많습니다. 죽음도 인생의 한 가지 에피소드입니다. 그러므로 거기에 얽매이면 죽은 사람의 인생 전체를 들여다볼 수가 없습니다.
아들러나 플라톤은 원인론의 입장에 서지 않습니다. 인생의 앞길을 가로막는 질병이나 나이 듦, 사고로 인한 부상과 같은 것이 불행의 원인은 아니며, 같은 일을 경험해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행복과 불행은 어떤 일을 겪고 말고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병들거나 다치거나 늙는다고 해서 반드시 불행한 것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목적론적인 사고의 예시이며, 이 같은 사고의 목적은 행복해지는 것이라는 말씀을 거듭 드려 왔습니다.
우리는 병에 걸려 아프든 아니든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합니다. 나이를 먹고 늙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 듦은 불가역적인 일이므로 도로 젊어지는 길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회복되지 않는다고 또는 젊어지지 않는다고 절망에 빠져 있을 텐가요.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죠. 또 하나는 ‘내일은 자명하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무시간의 물가로 떠밀려 내일이라는 날이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앞으로 살아가야 할 태도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질병 또는 나이 듦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살아봐야 온통 괴로운 일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행복이라는 말 따위 할 수 없을 만큼 힘들다는 사람이요. 하지만 삶이 고통일지라도 그래도 살아있는 것은 감사한 일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려면 ‘용기’가 필요하죠.
소크라테스는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지혜가 없으면서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다시 말해 ‘죽음을 알지 못하면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모르는 걸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면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얼마간 해방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음을 향한 두려움을 멈추는 또 하나의 관점으로는 앞 강연에서도 살펴봤듯, 인생을 진화가 아닌 변화라고 보는 겁니다. 질병이나 나이 듦과 마찬가지로 죽음 역시도 변화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두려운 마음이 조금 가라앉지 않나요?
인간의 가치는 삶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다른 과제라면 핑계를 찾아 회피할 수도 있겠지만, 살아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과제이므로 삶이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이 과제에서 도망쳐서는 안 됩니다.
매일을 충실하게 살아내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미래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되지요. 죽음이 어떠한 것인지에 관해서도 신경 쓰이지 않게 됩니다. 저는 요즘 이런 생각들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타인의 평가에 자신을 맞추며 사는 사람의 삶은 자흐리히 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평가와는 관계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자흐리히 하게 산다는 것의 두 번째 의미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습니다. 다른 도구와 달리, ‘나’라고 하는 도구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다른 ‘나’와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나’와 죽을 때까지 함께할 수밖에 없습니다.
‘타자공헌’이 삶의 목표입니다. 목적이나 목표를 미래에 두지 않아도 됩니다. 아무것도 이루지 않아도 ‘지금 여기’를 사는 것으로 타인에게 공헌하고자 하는 목적, 목표로 살아가는 것이므로 ‘지금 여기를 산다’는 것은 찰나적으로 산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무언가를 달성하지 않아도 삶의 매 순간 타인에게 공헌하고 있음을 알면 미래를 기다리지 않아도 ‘지금 여기’에서 행복할 수 있습니다.
플라톤은 이러한 이상을 ‘이데아idea’라고 했습니다. 세상 모든 사물에서 이데아의 그림자를 볼 수 있지만, 어느 것도 완전하지는 않으니 중요한 것은 이상을 세상의 어떤 것과도 혼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이죠.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상적 정의(正義)에 비추어 끊임없이 검증해야 하며,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검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철학입니다. 두 번째 수업의 질의응답에서도 말했듯이 철학은 현상을 설명하거나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론이어야 합니다. 철학을 배워 이상을 똑바로 바라보는 사람은 어떠한 고난이 닥쳐도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냉철하게 분석하여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목차
시작하며
첫 번째 수업.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은 어려운가?
누구나 철학을 배울 수 있다
철학이 도움이 될까?
철학의 정의
철학은 돈 안 되는 학문이라는 생각
철학은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
배제되는 가치
인간의 행위는 가치판단을 통해 이루어진다
가치 상대주의와 니힐리즘의 문제
이치로와의 대화
두 번째 수업. 행복해지는 법
원인론에서 목적론으로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행복과 행복감은 다르다
플라톤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행복
행복은 존재 그 자체
행복은 독자적인 것
성공은 양적, 행복은 질적
개성과 질서의 문제
행복은 인격적인 것
이치로와의 대화
세 번째 수업. 우리는 모두 ‘타인의 타인’이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처음부터 타인의 존재를 아는 것은 아니다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관심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
타자공헌을 느낄 때
타인을 친구로 볼 수 있는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어야 공헌할 수 있다
퍼슨론
이치로와의 대화
네 번째 수업. 나이 듦과 질병을 통해 배우는 것
인생의 앞길이 가로막혔을 때
나이 듦이라는 현실
부모의 나이 듦과 자신의 나이 듦
가치의 저하
나이 듦과 질병은 퇴화가 아니다
‘퇴화’가 아니라 ‘변화’
건강해지려고 사는 것이 아니다
목적은 행복하게 사는 것
나이가 들어도, 병이 들어도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공헌감을 느낄 수 있는 공헌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병이 들었을 때, 나이가 들었을 때 사람은 무엇을 배울까
이치로와의 대화
다섯 번째 수업. 죽음은 끝이 아니다
죽음에 대하여
죽음과 삶을 단절하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
죽음의 수용
‘어차피 죽을 거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
죽음이 어떠한 것일지라도
죽음을 기다리지 말자
‘나’라는 존재가 ‘마음’과 ‘몸’을 사용한다
‘나’라는 존재의 불사
품위 있는 죽음이 아니어도 괜찮다
이치로와의 대화
여섯 번째 수업. 지금 여기를 살다
자흐리히하게 산다
남이 뭐라든 신경 쓰지 않는 태도
자신을 향한 관심을 타인에게 돌린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인다
가능성 속에서 살지 않는 삶
사람은 흐름 속에서 살아간다
과거에 매달리지 마라
미래에도 매달리지 마라
지금 여기에 있는 목표
이치로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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