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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족story

by 함께평화 2021. 1. 1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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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김소월

 

 

오오 안해여, 나의 사랑!

하늘이 묶어준 짝이라고

믿고 살음이 마땅치 아니한가

아직 다시 그러랴 안그러랴?

 

이상하고 별나온 사람의 맘,

저 몰라라 참인, 거짓인지?

정분으로 얽은 딴 두 몸이라면

서로 어그점인들 또 있으랴

 

한평생이라도 반백년

못 사는 이 인생에!

연분의 긴 실이 그 무엇이랴?

 

나는 말하려노라, 아무러나

죽어서는 한곳에 묻히더라

 

 

 

 

1월 14일

 

1995년 1월 14일,

이 날은 아내와 첫번째 만났던 날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어느새 26년전입니다.

 

당시 창립했던 대학클럽 회원이 날 어떻게 보았는지 자신의 언니 직장 동료를 소개해 주겠다며 약속 날짜까지 잡아놓았습니다. 당일 아침부터 내 사무실로 와서 청소며 정리를 도와 주면서 소개팅 자리에 끌고 나갔습니다.  어거지로 끌려간 셈입니다.

허름한 옷에 제대로 면도도 하지 않은 칙칙한 모습으로 소개팅을 갔었는데 아직도 아내는 그 모습을 기억하며 참 촌스러웠다고 놀려대곤 합니다.

 

 

만남

 

당시 아내는 친구를 대신하여 소개팅에 나왔다고 고백을 했습니다. 애시당초 아내가 나오기로 했었지만 다른 친구에게 소개팅을 양보했었다고 합니다. 마침 그 친구가 다른 약속이 잡히는 바람에 할수 없이 아내가 소개팅 자리에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만남이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아내나 나나 소개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볍게 만나려 했던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부담감 없이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서로 공감하는 부분도 많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형식이나 체면, 계산적으로 만났더라면 이어지지 못할 인연이었을텐데 서로 솔직하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다보니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긴 년초부터 배우자를 위한 기도를 했었습니다. 아내 역시 신앙을 갖고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배우자를 위하여 기도했었다고 합니다.

 

신앙이나 가치관 등 서로 배우자에 대한 기대와 바램들이 어느정도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어쩌면 하나님이 계획하신 만남이 아니었나 놀랐었습니다. 직감적으로 서로 잘 될것이라고 느꼈습니다. 배우자를 놓고 기도한지 14일만에 아내를 숙명처럼 만났다는 느낌을 받았고, 만난지 3일만에 확신을 갖고, 11일째 아내에게 프로포즈를 하였습니다. 

 

 

결혼

 

뭐가 그리 급했던지 소개로 만난지 10개월만에 결혼을 했습니다. 굳이 미룰 필요도 없었습니다.

한달만에 아내의 부모님을 찾아뵈었고 3개월후 양가 상견례, 그리고 10월에 결혼을 하여 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당시 상황으로 봤을때 나는 결혼에 급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6녀1남의 가정에서 세번째 딸인 아내는 바로 밑에 여동생이 이미 결혼을 하여 자녀가 있었고, 다니던 회사에서는 다른 지역에 센터가 생기면서 경력으로 보나 결혼하지 않은 아내가 우선적으로 발령날 수 밖에 없었기에 아내는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질 수 밖에 없다며 기왕이면 결혼을 서둘렀으면 하는 눈치였습니다.

 

5형제중 막내인 나는 바로 위로 쌍둥이 형이 있습니다. 한 명은 이미 결혼하였고 작은 형은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었기에 형이 먼저 결혼해야 한다면서 결혼을 서두르는 나를 제재하였습니다. 그런데 얼마후 형으로부터 "네가 먼저 결혼해도 좋다. 사귀고 있는 사람과 헤어졌다.." 고 전해 왔습니다. 이런저런 상황으로 보아 결혼을 굳이 뒤로 미룰 필요가 없는 여건이 조성되었습니다.

 

가정

 

95년 10월 28일, 결혼을 하였습니다.

결혼을 하기전에 아내와 둘이 결혼에 관한 책들도 함께 나눠보고 공부도 했습니다. 나름 결혼을 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소망이 있었기에 이러저런 결혼전에 하고 싶었던 일들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빨리 결혼할줄 몰랐던 나의 전재산은 털어보니 700만원뿐이었습니다. 아내와 상의하여 결혼식 비용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혼수품도 가능한 새로 구입하지 않고 각자 자취를 하면서 쓰던 물건들을 갖고 오기로 했습니다. 결혼 예물이며 기타의 혼수품들도 부모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많은 부분을 생략하였습니다.

 

아내에게 300만원을 전세 구하는데 보태달라 하고 그동안 직장생활하면서 벌었던 돈들을 처가집 부모님께 드리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낳으시고 길러주신 충분한 보상은 안되겠지만 그렇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전했습니다. 아내도 흔쾌히 동의해 주었고 우리는 그야말로 1000만원 전세집과 혼수품으로 구입한 세탁기 하나만을 가지고 신혼생활을 출발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신혼생활도 둘이 맞벌이를 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살림살이가 늘었습니다. 아이도 태어나고 조금씩 살림이 늘어나면서 여러차례 이사를 하긴 했지만 어느새 '우리집'도 장만했습니다.

 

가진것 없이 사랑과 꿈만 갖고 출발했던 우리 부부에게는 아이들(1여1남)과 늘어나는 살림따라 아름다운 추억도 행복도 쌓여 갔습니다. 돌아보면 매 순간이 감사한 것 뿐입니다. 더 감사한것은 아직도 우리부부는 크게 다투거나 갈등을 겪지는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감정적으로 불만이 있거나 다툴 일이 있으면 결혼 초부터 서로에게 '존대말'을 쓰자고 약속했었는데-다툴때 존대말을 쓰면 여간 어색하지 않잖아요... 물론 그것때문에 안싸운것은 아니지만 기왕 함께 살아가는데 갈등이나 다퉈 가면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고 배려하고 이해하고 신뢰하며 살아가려고 아직도 노력중입니다.

 

미래

 

아내와 26년간을 살아왔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겠지요. 어느새 인생 후반기를 맞은 아내와 함께 새롭게 시작할 일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더 아름답고 행복한 날들로 채워나가길 기대하며 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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