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단둘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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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단둘 산행

함께/가족story

by 함께평화 2020. 10. 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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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연휴 버킷리스트 1.. 아들과의 단둘 산행

 

이번 명절은 코로나19로 인하여 형제들이 함께 모이지 않고 각 가정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긴 연휴기간동안 몇가지 하고 싶은 일들을 정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등산였습니다.

작년에는 혼자서라도 몇 몇산을 등산했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를 핑계대고 전혀 가질 못했습니다.

 

며칠전 아들에게 함께 등산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등산보다는 축구 등 구기 운동을 좋아하는 아들내미여서 단칼에 거절당했습니다.

그말 듣고 여간 서운하지 않더라구요..

 

다시 용돈을 미끼삼아 아들에게 제안했습니다. 그것도 10만원, 함께 가면 10만원을 주겠다고 꼬셨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아들내미.. 

아들내미는 돈보다도 아들내미와 함께 가고 싶은 아빠가 불쌍해 보였는지 마지못해 어렵게 함께 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아들이 마음 변할까봐 10만원을 선입금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등산하면서 몇가지 금지어를 제시하면서 이를 지키지 않으면 되돌려 받겠다고 했습니다.

'힘들어요',  '그만가요'. 가 그 금지어 입니다.

아들도 가소로이 보면서 흔쾌히 동의를 하였습니다.^^

 

아들과는 어릴때부터 여러차례 단둘여행을 떠난 경험이 있습니다. 

6년전에는 당시 고1 이었던 아들과 춘천에서 홍천까지 31km정도 도보여행을 했던 추억도 있구요.

아들이 작년에 군제대를 하면서 아들과의 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아들과 단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까 싶네요. 

 

등산코스는 작년 나홀로 산행 코스

등산코스는 원창고개-수리봉-대룡산- 명봉-구봉산으로 정했습니다.

이 코스는 작년에 홀로 걸었던 길입니다. 거의 7시간정도 걸렸던 코스입니다.

작년에는 수리봉 찍고 대룡산 깃발봉, 그리고 명봉을 올랐다가 구봉산 방향에서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감정리로 하산했었기에 다시 아들과 도전을 하고 싶어서 정했던 코스입니다.

 

아침 날씨가 흐리고 뿌옇습니다.

오후에는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습니다.

간만에 배낭을 찾았습니다. 아마도 작년에 배낭을 사용한후 정리하지 않았는지 그렇게 찾았던 이어폰과 이런저런 물건이 고스란히 배낭속에 들어 있습니다. 어지간히도 찾지 않은 배낭이 주인이 꽤나 미웠을 것 같습니다. 그 배낭속에다 산에 올라가서 먹을 간식 등을 주섬주섬 넣었습니다.

'물, 사과, 옥수수..'

먹을 것을 더 넣으려다가 비가 온다는 예보에 내심 대룡산 정상까지만 올랐다가 내려올 생각을 하였기에 눈에 보이는 간식들만 조촐하게 챙겼습니다. 사실 아들에게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가장 걱정된 것은 올해 별 운동을 하지 않았기에 나의 체력이었습니다.  

 

어쨋든, 등산을 위한 최소한의 물건들을 챙겨 집을 나섰습니다.

오전 9시 조금넘어 요즘 운전에 한참 재미들린 딸내미에게 원창고개까지 데려다 달라했습니다.

 

원창고개 정상에서 먼저 수리봉으로 향했습니다.

흐린날씨이긴 하지만 등산을 위한 최적의 날씨였습니다.

 

아들내미에게 배낭을 맡기고, 나는 가볍게 지팡이만을 짚고서는 산에 오릅니다.

아들과 함께 걸으니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산에 오르며 알고 있는 나무이름이며, 작년에 이 길을 걷다가 생겼던 일이며, 이런저런 옛이야기도 아들에게 전해주면 든든한 마음으로 앞장서서 산에 오릅니다.

 

몸이 예년 같지 않음을 알아차린 것은 등산 시작되면서 곧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말수도 점점 줄어들고 연실 이마와 등 뒤로 땀이 흘러 내렸습니다.

그렇게 빠른 걸음이 아닌데도 숨도 가빠졌습니다.

시간이 그리오래가지 않았지만 차츰 힘도 빠지고 숨이  차올라 헐떡입니다.

아들이 나의 연약한 체력을 들키고 싶지 않아 씩씩하게 힘을 내봅니다.

 

수리봉을 찍고 대룡산 정산 깃발봉에 올랐습니다.

전망대에서 갔고간 간식을 먹으면서 조심히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힘들지 않냐?"

"난, 괜찮은데 아빠가 걱정되는데요" 하며 아들은 금지어에 말려들지도 않고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는 아들이 대답합니다.

머릿속에 어느정도 하산을 결정하고 간식은 모두 해치웠고 물만 조금 남겨 두었습니다.  

 

아직은 이 정도의 산은 거뜬히 오를 만한 체력은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몸이 마음대로 따르지 않습니다.

비예보를 핑계로 하산을 먹었지만 비가 내리기에는 너무나 좋은 날씨라 핑계 구실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들에게 계속 등산을 할 것인지? 어떻하면 좋을지 물었습니다.

아들은 아빠가 하자는대로 할텐데, 하산을 하더라도 다음 코스쪽으로 내려가면 더 좋겠다고 합니다.

 

깃발봉에서 명봉쪽으로 방향을 틀고 계속 산길을 걸었습니다.

걱정대로 내리막길에서 왼쪽 무릎쪽이 욱씬거립니다. 오르는 길에는 숨이 더욱 찼고 몰골이 점점 지쳐갑니다.

가까스럽게 명봉까지는 갔습니다.

명봉에서 구봉산까지는 얼마 되지 않기에 기왕에 목표지점이던 구봉산까지 가보기로 했습니다.

 

명봉에서 구봉산으로!

명봉에서 구봉산을 향했습니다.

작년에 이 구간에서 길을 잃어 구봉산이 아닌 감정리쪽으로 없던 길을 만들어 하산했던 아픈 추억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길을 잃지 않고 제대로 가길 바랬습니다.

 

명봉에서 순정마루를 거쳤습니다.

춘천이 잘 내려다 보인 곳중 한 곳이 순정마루인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이 곳을 오질 못했는데 오길 참 잘했습니다.

 

온몸이 지칠대로 지쳤습니다.

그나마 조금 남았던 물도 명봉에서 탈탈털어 먹었습니다.

아침도 거른 상태에서 사과와 옥수수로 허기를 때웠더니 점점 힘이 쪽 빠졌습니다.

왼쪽 무릎 관절쪽은 도저히 걷는데에는 무리가 따랐습니다.

쩔뚝쩔뚝 지팡이에 의존한체 차츰 걷는 시간도 더뎌졌고 조금만 걷더라도 쉬지 않으면 안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아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커졌습니다.

힘들고 지쳐있는 나를 아들이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구봉산은 다음기회에

순정마루에서 연산봉까지 다다랐습니다.

구봉산까지 가는것은 도저히 힘들어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였고 하산하기 했습니다.

아들에게 GPS로 하산하는 길을 찾아 보라고 했습니다.

 

딸내미에게 구봉산 아래 '아뜰리에 김가' 방향으로 하산할테니 물이며 간식이며 먹을것을 챙겨 데리러 오라고 요청했습니다. 특히 초코파이를 꼭 챙겨 오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 그다지 초코파이를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왜 초코파이가 생각 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이 떨어져 그랬는지...

 

대략 도착할 시간을 알려주고 힘을 내어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그렇지만 무릎으로 인하여 하산 길이 더 힘들어 시간이 점점 더 지체 되었습니다.

 

등산은 마치 우리의 인생같습니다. 산은 오르기도 있고 내려가기도 하고,  인생 역시도 잘될 때가 있고 잘 안될때가 있습니다.

산을 오를때보다도 내려갈때가 더 힘들고 어렵듯이, 뻔하지만 인생살이에서도 잘 안풀릴때가 더 괴롭고 힘이듭니다.

 

딸내미와 약속했던 아뜰리에 김가쪽이 아니라 좀더 가까운 강원인력개발원쪽으로 방향으로 내려오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아 다시 연락을 했습니다.

 

날이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 하늘은 잔뜩 찌푸렸습니다. 

밝고 환하던 날씨도 어느새 어둑어둑해졌습니다.

워낙 무릎쪽이 좋지 않은데다가 내려오는 길이 더 힘들고 아팠습니다.

그냥 실수라도 굴러 내려왔으면 하는 좋지 않은 생각도 들었고, 119 구조 전화라도 할까 하는 생각도 들정도로 아픔을 참기 힘들었습니다.

정말 한발 한발 내딛는 것이 고통이고 아픔 그 자체였습니다.

잠시 바닥에 앉아 쉴테면 자연스레 눈이 스르르 감겼습니다.

워낙 아침도 먹지 않고 간식도 부실하였고, 땀을 많이 흘러 허기지고 지칠대로 지친 상태라...

 

이번 등산은 나의 체력이 어떠한지를 처절히 느낄 수 있는 시간였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모한 등반이 이렇게 힘들지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였습니다.

그러나 아들이 함께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무리하게 등산 계획은 잡지도 않았을 것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오히려 나를 격려하고 도와준 아들이 여간 대견하고 든든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산할 때까지 오랜동안 걱정하며 음료와 간식을 챙겨갖고 기다려준 딸내미는 자신이 나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자화자찬합니다.

 

하여튼

이번 등산 또한 먼 훗날 아들과의 소중하고 행복한 추억의 한 꼭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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