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삽#-6 옹벽 기초 터파고 철근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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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삽#-6 옹벽 기초 터파고 철근 작업

함께/건물짓기

by 함께평화 2021. 1. 2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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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벽

 

 

매서운 한파가 한풀 꺽인 듯 싶습니다.

건축을 하는 장소 주변으로 온통 농지로 둘러 쌓여 있습니다.  논둑이 사유지의 경계 역할을 해오곤 했습니다.

점점 논농사가 어려워 지면서 농지에 성토를 하여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경계측량

건축을 하던지 다른 개발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경계 측량을 해야 합니다.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사용하던 경계들이 실제 측량을 해보면 다소 차이가 납니다. 그로인한 갈등이나 분쟁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요즘은 위성GPS를 활용하여 측량하다보니 보다 정확하게 측량을 합니다. 한동안 자기 땅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는데 난데없이 측량을 통해 오차가 생기면서 내 땅이 누군가의 땅으로 편입되거나 남의 땅이 내 땅으로 편입되는 경우를 알게 됩니다.

 

건축을 시작하면서 실제 측량을 해보니 옆의 논 일부가 우리 땅에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옆 논에서 벼농사가 한창이었기에 가능하면 우리 땅이라 하더라도 논둑을 보존한 상태에서 건축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건물 주변으로 산책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설계도면상으로 봤을때는 충분하다 싶었는데 막상 토목측정을 하고 건물을 세우기 위한 기초를 파려고 하니 옆의 논수로까지 파내야 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산책로는 커녕 오히려 안전에 문제가 생길 듯 싶어 옆 농지 주인을 찾게 되었습니다.

 

옆 농지 주인과의 만남

옆 농지 주인과 연락하기 위해 마을 반장님을 뵈었더니 마침 연락처를 알고 계셨습니다. 연세 80대 중반의 어르신이라 하십니다. 건네받은 연락처로 전화를 드렸더니 없는 전화번호로 떴습니다. 재차 반장님께 여쭈어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 번호로 연락이 되었다며 시내 어디선가 사는 것 말고 딱히 연락할 방법이 없다고 하십니다.  어쩌면 봄에 농사를 시작할 즈음에서나 만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하십니다.

 

수없이 전화를 해도 마찬가지로 없는 전화 메세지만 떴고, 따로 연락을 할 방도가 없어 난감했습니다. 할 수없이 등기부대장을 열람하여 논주인 어르신의 주소를 알아냈습니다.

논주인은 85세나 되는 어르신입니다. 연락이 안되어 토지 경계 합의가 걱정이 되는게 아니라  요즘 고독사하시는 어르신들이 많다하는데 혹시라도 어르신의 건강과 생명이 불안하고 걱정이 되어 주소지를 찾아갔습니다.

 

논주인 어르신의 거주지 시내 단독주택에 살고 계셨습니다. 한동안 초인종을 누리고 노크를 해도 인기척이 없어 더 불안하던참에 누군가 문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분의 아들이었습니다. 찾아온 사정을 얘기하니 아버님이 얼마전에 핸드폰을 교체하면서 연락처가 바뀌었다며 새로운 전화번호를 불러 주었습니다.

 

간신히 어르신과 연락을 하였습니다. 목소리도 우렁차고 건강한 듯 싶었습니다. 상황을 얘기하고 공사현장에서 만났습니다. 어르신은 건장한 중장년의 두 아들과 함께 나왔습니다. 연락이 안되어 많은 걱정을 했었다는 것과 건축을 위해서 경계측량을 했다는 것, 건축 용도 등 여러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동안 사용하던 어르신의 땅 안쪽으로 경계 표시되어 있는 부분을 보시더니 한숨을 내십니다. 요즘 측량기술이 예전처럼 오차가 별로 없다는 아들들의 얘기를 들으시면서도 무척이나 안타까워 하십니다. 하긴 경계 측량을 하면서 또다른 경계를 두고 있는 주택의 어르신은 우리땅 안으로 그분의 토지가 더 넓어지자 다음날 바로 울타리를 치셨습니다.

 

가능한 우리 땅에 논수로를 설치하여 농사를 짓는데 큰 불편함 없도록 양보하겠다는 나의 얘기에 논 주인 어르신은 만족했던지 "좋은 이웃으로 함께 잘 해봅시다"하며 금새 밝아진 모습으로 손을 내미셨습니다. 수긍해주신 어르신께 참 감사드립니다. 혹여라도 측량을 무시하고 문제제기와 민원을 제기하신다면 건축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감사

어르신에게 차 한잔 대접하며 얘기를 나눴습니다.

어르신은 논을 사게된 시기와 배경, 그리고 살아온 삶을 마치 오랫동안 만났던 사람에게 들려주듯 얘기 해주셨습니다. 태어나신 곳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운전을 배우기 시작하여 40여년간 운전대를 잡으셨고, 사업을 하여 큰 돈을 버시기도 했지만 사람을 잘못만나 어려운 처지도 경험하셨다고 합니다. 85세의 연세이며 벌써 50대가 훌쩍넘은 자식들 키우면서 있었던 일들, 자식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있기보다는 활동을 해야할 것 같아 요즘은 트럭에 종이박스를 모아다가 용돈벌이도 하신다고 자랑스럽게 얘기 하십니다. 어떠한 사람에게도 소중한 삶이 있고 배울만한 것들이 많습니다.

 

여하튼 옆 논주인 어르신의 이해로 측량대로 토지를 100%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더 넓어진 땅과 옆 논을 경계에 따라 U자 콘크리트 옹벽을 쌓기로 했습니다. 우리땅 쪽으로는 토지 지표만큼 높이고 옆 논사이에는 흙이 흘러내려가지 않도록 수로를 내기로 했습니다. 

 

좋은 이웃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땅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 감사하고, 건물 주변으로 산책로를 만들수 있어 감사하고.... 감사가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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