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아들 얘기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따사로운 봄날을 잃어버린 듯하여 옛날 아들과 함께 했던 소풍 생각이 납니다.
예나 지금이나 빠지지 않는 가장 인기있는 소풍 프로그램중 하나는 ‘보물찾기’일 것입니다.
'보물찾기'는 사람들의 흥미와 기대를 잘 활용한 게임인지라 애나 어른 가릴것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시간이 흘러도 없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02년 봄날, 아들이 다섯살때 소풍을 갔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어느덧 그 아들은 지금 23살이나 되었네요^^
보물찾기 프로그램은 보통 점심시간 마칠때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진행됩니다.
점심시간 이후에 할 때는 사람들을 모아 오후 프로그램을 원만히 진행하기 위하여 진행되고,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할 때는 상품을 나눠주며 행사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진행됩니다.
당시 보물찾기 게임은 점심시간후에 진행되었습니다.
보물찾기 진행을 맡은 나는 모두가 정신없이 맛난 점심을 먹을때 슬며시 행사장 주변 여기저기에 숫자로 적어 놓은 종이를 숨겼습니다. 그리고 점심이 어느정도 마쳤을 시간에 호각을 불어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보물찾기 요령과 숨겨놓은 장소 등에 대한 설명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린이 한 명이 하나의 보물을 찾으라는 멘트를 하고 시작 호각을 불었습니다.
아이들은 종이 보물이 숨겨져 있을만한 곳을 찾느라 분주합니다. 이윽고 여기저기서 보물을 찾았다며 기뻐 소리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보물을 몇장씩 찾아내는 아이들도 있고, 보물을 찾지 못한 아이들은 초조하며 어쩔줄 몰라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들은 보물을 찾지 못한 부류였습니다. 사실 아들은 보물을 찾았지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다른 친구들에게 줘버리고 말고는 보물찾기 구역이 아닌 다른 엉뚱한 곳으로 갔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나로서는 답답하기도 하고, 애가 보물찾기게임에는 별 흥미가 없나 싶었습니다.
보물찾기 시간이 종료되고 아이들 모두가 신나게 찾은 보물을 갖고 상품과 교환하기 위하여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아들만은 보이지 않습니다. 얘가 도대체 어디로 갔나? 걱정도 되고 은근 화도 났습니다.
행사가 끝날 무렵 멀리서 아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땀범벅이 된 아들은 나무꼬챙이와 뭔가를 들고서 만세 부르듯 달려 왔습니다..
" 보물이다! 보물 찾았어요!!" 외치며 말이지요.
아들의 손에는 흙묻은 놋수저 하나가 들려져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나무꼬챙이로 땅을 팠더니 보물이 나왔어요. 봐요. 상품 주세요"라며 자랑스러워 하며 말했습니다.
어린 아들이 보기에는 한낱 종이딱지가 보물이라고 생각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보물은 땅속에 파묻혀 있는 뭔가 옛스럽고 희귀한 무언가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벌겋게 달아오른 아들의 얼굴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어린 아이에게 무엇이 진실이고 올바른 것인지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어쩌면 왜곡된 진실과 타협을 보여주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했었습니다.
아주 가끔 아들에게 그때 일을 이야기 나누곤 합니다.
그때 그 심정으로 바르게 성장한 아들이 대견하고 사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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