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곽재구

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은행나무/곽재구

평화/시

by 함께평화 2014. 10. 3. 08:25

본문

728x90
SMALL

은행나무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를 떨구기도 하고
누군가 깊게 사랑해 온 사람들을 위해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
신비로와라 잎사귀마다 적힌
누군가의 옛추억들 읽어 가고 있노라면
사랑은 우리들의 가슴마저 금빛 추억의 물이 들게 한다.
아무도 이 거리에서 다시 절망을 노래할 수없다.
벗은 가지 위 위태하게 곡예를 하는 도롱이집 몇 개
때로는 세상을 잘못 읽은 누군가가
자기 몫의 도롱이집을 가지 끝에 걸고
다시 이 땅 위에 불법으로 들어선다 해도
수천만 황인족의 얼굴 같은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희망 또한 불타는 형상으로 우리 가슴에 적힐 것이다.

 

곽 재 구

 

 

 

 

 

728x90
반응형
LIST

'평화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사랑/도종환  (0) 2014.10.06
도요새  (0) 2014.10.04
생각/박경리  (0) 2014.10.01
감성/박경리  (0) 2014.09.30
사마천/박경리  (0) 2014.09.29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