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딸의 지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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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딸의 지갑(1)

함께/가족story

by 함께평화 2010. 3. 1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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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래미가 초등학교 3학년때의 일이다.
맞벌이를 하는 우리는, 당일 아내는 1박2일로 출장을 가고 내가 아이들을 챙기기로 약속을 하였었다.
그러나 일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밤 9시나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때까지도 아이들은 저녁을 굶고 있으면서 아빠와 함께 밥을 먹겠다며 기다리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기에 집에서 밥해먹을 시간도 안되고 하여 사무실에서 집으로 출발하기전 전화를 걸어 아이들더러 집 밖에 나와 있으라고 하였다.

아파트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컴컴한 구석구석 여기저기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물어보니 지갑을 가지고 나왔는데 잃어 버렸다는 것이다.
나도 함께 찾아보았지만 살고 있는 아파트10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밖에 나오기까지의 동선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었다.

배고파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밥을 먹는 것이 급하다 싶어 주변 식당으로 가자고 하였다.
딸래미는 지갑을 잃어버려 힘이 많이 빠져 있었다. 지갑에는 그동안 쓰지않고 모았던 돈과 사진 등이 있었다고 하였다. 그러한 딸에게 무언가를 힘을 주고 싶었다.

아이는 누가 주었다면 돌려받기는 힘들것이라 말했다. 친구들도 물건을 잃어버린 뒤 다시 찾은 경우는 별로 없었다며...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딸을 데리고 경비실에 가서 잠깐동안의 상황을 얘기하며 방송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혹, 지갑을 주운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우리 동네가 잃어 버린 물건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정도는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딸아이에게 하나의 물건을 잃어버렸을때의 사람 심정을 이해하고 반드시 찾아 주어야 한다는 산 교육을 시키고 싶었다.

경비 아저씨는 이 늦은 시간에 방송을 하면 욕을 먹는다며 처음에는 망설이고 주춤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겠지만.. 눈치를 살피며 여운을 남긴채 아이들을 데리고 밥을 먹으로 갔다.

딸래미에게 힘을 내라고 하였다. 분명히 누군가 지갑을 주어서 찾아 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 주고 싶었다. 


밥을 다 먹고나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경비아저씨가 방송은 해주셨을까?.. 누군가 지갑을 주운 사람이 있다면 경비실이든지 어디든 신고는 하였을까...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집 근처에 왔는데 경비아저씨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여 주셨다.

"지갑을 찾았습니다. 방송을 할까 망설였지만 그래도 아이를 위하여 안내 방송을 하였더니 지갑을 주운 사람이 경비실로 연락을 해왔습니다.  안그래도 내일 경비실에 맡길려고 했었답니다...."
우리보다도 더 신이난 경비아저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하고 인사를 한뒤 다시 인근 과일과게로 가서 과일을 사가지고 경비아저씨와 찾아주신 분 집에 감사의 인사를 하러 갔다.

딸에게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날 포기하려다 다시 찾은 지갑으로 인하여 기뻐하고 자기 물건을 소중히 생각하는 딸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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