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장난이 아닙니다.
그냥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니...
다행인지는 몰라도 가족들의 선견지명(?)으로 지난 달 에어컨을 집에 들여 놨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극구 반대했던 내가 요즘 제일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기는 한가 봅니다.
어제 저녁,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아내의 말에 "대충..국수나 해먹지 뭐"라고 답하는 순간,
표정이 달라진 아내가 그럼 대충 국수나 먹자고 한 사람이 준비하라고 대뜸 반격합니다.
아이들도 옆에서 "아빠가 해주는 국수 먹고 싶다!"며 '대충' 해보라고 거들었습니다.
순간 분위기가 내가 국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버렸습니다.
난, 아내가 저녁 준비하기 쉬운 국수정도로 한끼 떼우자는 의미에서 내뱉은 얘기인데..
어쨋든 말 한마디에 잘 못하여 본전도 못 건졌습니다.
그동안 국수는 먹기만 할 줄 알았지 직접 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데.. 참 난감합니다.
한달전인가 이웃이 콩물을 주기에 딱 한번 아들과 함께 국수를 삶고 콩국수를 해본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는 아주 간단했던것 같았습니다...
이번에는 콩물도 없고... 뭘해야 할지...
비빔국수를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대충 국수에다가 김치 등을 버무리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먼저 가족 인원에 맞게 물을 끓이고 국수를 집어 넣었습니다.
잠시후 국수를 건져내어 찬물에 씻으려하는데... 밑부분의 국수가 서로 엉켜져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잘 풀어 헤치면서 휘저어 주었어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한 이유때문입니다.
엉켜있는 부분은 도저히 안되어 버리기로 하고...
남아있는 부분만 건져내어 그릇에 담가 김치국물 넣고, 김치 썰어서 넣고, 참기름 집어 넣고, 깨도 조금 넣고...
먼저 맛을 보니 그런대로 맛은 있는 것 같아 자신있게(?) 가족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국수 맛을 봅니다.
"뭐.. 이래요?"하며 아이들이 내 얼굴을 쳐다 봅니다.
당황했지만 나는 그런대로 모양은 '비빔국수' 같으니 맛있게 감사하게 먹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다행히 아내와 아이들은 국수에다 제 각각 양념으로 간을 맞추더니 맛있게 먹더라고요..
국수 만들기가 이리 힘드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괜히 대충.. 편하게 얘기했다가 톡톡히 망신만 당했습니다.
말이라고 함부로 내뱉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당신 입장에서 '대충' 국수나 먹지" 하는 말에 기분 상했었다고 아내가 나중에 얘기합니다.
같은 말이라도 남자와 여자가 보는 관점이 서로 차이가 납니다.
어쨋거나 이번 기회로 말의 진정성과 상황에 따른 말 조심을 해야겠다고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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