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를 심었습니다.

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자작나무를 심었습니다.

함께/사암마을

by 함께평화 2021. 10. 11. 14:32

본문

728x90
SMALL

 

자작나무를 심었습니다.

새로 집을 지으면 자작나무를 심겠노라고 마음먹었는데 세그루의 자작나무를 사와 심었습니다.

 

아직 키작고 어린 나무지만 무성하게 자라 집보다 더 크게 자라기를 바랍니다.

드리워진 자작나무 밑 그늘에서 건축이야기며 어릴적 이야기며 삶의 이야기며 나눌 때가 오겠지요.

 

'가지않은 길'의 명작시의 저자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자작나무에 대한 시를 썼습니다.

마음에 와 닿는 시입니다.

시를 음미해 봅니다.

 

 

 

 

 

자작나무

 

                                                                                  로보트 프로스트

 

꼿꼿하고 검푸른 나무 줄기 사이로 자작나무가
좌우로 휘어져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어떤 아이가 그걸 흔들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흔들어서는
눈보라가 그렇게 하듯 나무들을 아주 휘어져 있게는 못한다
비가 온 뒤 개인 겨울 날 아침
나뭇가지에 얼음이 잔뜩 쌓여있는 걸 본 일이 있을 것이다.
바람이 불면 흔들려 딸그락거리고
​그 얼음 에나멜이 갈라지고 금이 가면서
오색 찬란하게 빛난다
어느새 따뜻한 햇빛은 그것들을 녹여
굳어진 눈 위에 수정 비늘처럼 쏟아져 내리게 한다
그 부서진 유리더미를 쓸어 치운다면
당신은 하늘 속 천정이 허물어져 버렸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나무들은 얼음 무게에 못 이겨
말라붙은 고사리에 끝이 닿도록 휘어지지만
부러지지는 않을 것 같다. 비록
한 번 휜 채 오래 있으면
다시 꼿꼿이 서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리하여 세월이 지나면
머리 감은 아가씨가 햇빛에 머리를 말리려고
무릎꿇고 엎드려 머리를 풀어던지듯
잎을 땅에 끌며 허리를 굽히고 있는
나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얼음 사태가 나무를 휘게 했다는 사실로
나는 진실을 말하려고 했지만
그래도 나는 소를 데리러 나왔던 아이가
나무들을 휘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시골 구석에 살기 때문에 야구도 못 배우고
스스로 만들어낸 장난을 할 뿐이며
여름이나 겨울이나 혼자 노는 어떤 소년
아버지가 키우는 나무들 하나씩 타고 오르며
가지가 다 휠 때까지
나무들이 모두 축 늘어질 때까지
되풀이 오르내리며 정복하는 소년
그리하여 그는 나무에 성급히 기어오르지 않는 법을
그래서 나무를 뿌리째 뽑지 않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그는 언제나 나무 꼭대기로 기어 오를 자세를 취하고
우리가 잔을 찰찰 넘치게 채울 때 그렇듯

​조심스럽게 기어 오른다

​그리고는 몸을 날려, 발이 먼저 닿도록 하면서

​휙 하고 바람을 가르며 땅으로 뛰어 내린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자작나무를 휘어잡던 소년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시절도 돌아가고 싶어한다​

걱정이 많아지고

​인생이 정말 길 없는 숲같아서

​얼굴이 거미줄에 걸려 얼얼하고 근지러울 때

​그리고 작은 가지가 눈을 때려

​한 쪽 눈에서 눈물이 날 때면

​더욱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이 세상을 잠시 떠났다가

​다시 와서 새 출발을 하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운명의 신이 고의로 오해하여

​내 소망을 반만 들어주면서 나를

​이 세상에 돌아오지 못하게 아주 데려가 버리지는 않겠지

​세상은 사랑하기에 알맞은 곳

​이 세상보다 더 나은 곳이 어디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자작나무 타듯 살아 가고 싶다

​하늘을 향해, 설백의 줄기를 타고 검은 가지에 올라

​나무가 더 견디지 못할 만큼 높이 올라갔다가

​가지 끝을 늘어뜨려 다시 땅위에 내려오듯 살고 싶다

​가는 것도 돌아오는 것도 좋은 일이다.

​자작나무 흔드는 이보다 훨씬 못하게 살 수도 있으니까.

​각자와 모두

​저 들판의 붉은 코트 어릿광대는

​그대가 산꼭대기에서 보고 있는 걸 생각지도 못하며;

​저 멀리 고원목장 어린 암소의 아득한 울음소리

​그대 귀를 즐겁게 하기 위한 것 아니고;

​교회종지기가 울리는 정오의 종소리 또한

​알프스를 넘어가는 나폴레온과 그의 군대

​말을 멈춰 그 소리에 귀기울여

​즐겁게 들을 거라 생각지도 않으며;

​그대 인생이 그대 이웃 읊조리는 사도신경에

​어떤 도움을 줄 건지 알지 못할지라도

​모든 것은 각각에게 필요한 것이며

​제 홀로 유익하거나 정당한 것 아무것도 없나니

​나는 새벽 오리나무 가지에서 노래하는

​참새 소리를 천국의 것으로 여겼도다.

​저녁때 참새 둥지 채 옮겨 집에 두었는데;

​녀석은 노래 부르지만 즐겁지가 않네,

​강과 하늘을 가져오지 않아서 그런가봐

​새는 내 귀에, 모두는 내 눈에 노래했던 거라네.

​깨질 듯 아름다운 조개들 바닷가에 있어,

​파도의 거품들이 금방 밀려와

​그 속 진주들 화려한 광택 빛나게 하고

​사나운 바다는 포효하는 굉음을 내면서

​나로부터 벗어나며 인사를 하네

​나는 해초와 거품을 걷어내어

​바다의 보물들을 집으로 가져왔지만

​초라하고 보기 싫은 하찮은 것들이 되었네

​태양과 모래와 파도소리의 아름다움을

​바닷가에 두고 와서 그런가봐..

​연인은 그 우아한 소녀를 눈여겨 보며

​처녀들의 행렬에서 뒤 처지기를 기다렸지

​그렇지 않으면 그녀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백설' 성가대에 계속 묶여있을 것같았네

​마침내 그녀를 그의 외딴집에 데려왔는데

​숲속 새를 새장 속에 넣은 것 처럼

​얌전한 아내 되었지만 우아한 멋 없어지고

​쾌활하고 황홀한 매력 또한 사라졌네

​그래서 난 진리를 갈망한다고 말했는데

​아름다움은 미숙한 어린애의 속임수며

​청춘의 유희로 끝나버린다고;

​또 난 말했네, 내 발 밑 땅바닥의 소나무는

​화환처럼 둥근 원을 그리며

​이끼 낀 돌 막대 위로 뻗어 있고

​나는 제비꽃 향기를 마시네;

​내 주위에 참나무와 전나무들이 둘러 서있고

​솔방울과 도토리들은 땅바닥에 구르고;

​빛과 신성이 가득차고 충만한 영원한 하늘은

​내 머리 위 높이 솟아 있네;

​나는 다시 보았고, 다시 듣게 되었다네.

​출렁이는 강물과, 새벽녘 새의 노래를.

​아름다움이 몰래 내 감각 속으로 파고들어

​나는 그 완벽한 조화에 굴복하고 말았다네.

 

 

 

728x90
LIST

'함께 > 사암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암리에 겨울이 찾아옵니다.  (0) 2021.11.07
사암리 겨울 시작  (2) 2021.10.17
랑이의 일상  (6) 2021.09.07
선풍기 바람개비  (10) 2021.09.04
풀뽑기, 김매기 단상~~  (6) 2021.09.03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