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에 관하여
루이즈 애런스 지음, 최가영 옮김ㅣ Being
"사람이 늙으면 갖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따라온다. 하지만 그런문제들은 노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힘겹게 만드는 여러가지 요인 중 일부일 뿐이다. 노인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그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다. 생물할적 시간이 노년을 정의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청교도 장로들이 온 동네 사람들로부터 극진한 효도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개개인의 업적, 사회배경, 문화 역시 노인의 삶을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는 자연의 시계와 사회의 가르침 양쪽에 모두 순응하며 나이를 먹어간다."
나이가 많다는 말은 젊은 사람에 비해 떨어진다는 의미와 동일시되었다. 또 사람들은 고령은 곧 기능저하와 노후라는 근거없는 방정식을 들이대며 가능한 한 노년층과 거리를 두려고 애썼다. 이렇듯 인간을 기계로 취급하여 그 가치를 정의하는 풍조는 지금까지 식지 않고 있다.85
하버드 의과대학 출신으로 노인의학전문의이자 문학가인 루이즈 애런슨이 쓴 <나이듦에 관하여>를 읽었습니다. 워낙 책이 두껍기도 하여 여느 책보다더 훨씬 오래 걸려 읽었습니다.
저자는 워런 윌슨 칼리지에서 문예창작으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문학작품에 수여하는 푸시카트 문학상 최종후보에 오르는 등 다양한 문학 활동을 펼쳤던 분의 작품이라 수필을 읽듯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노인의학 전문가로서 소명감과 책임감, 그리고 자서전적 삶의 이야기들을 담아 놓아서 감동과 공감을 느꼈습니다.
이 책은 <나이듦에 관하여>라는 책 제목이 먼저 와닿았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마음은 청춘이지만 체력이 따라주지 않거나, 나름 머리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한 일 조차도 생각이 나지 않거나, 늘상 만나는 사람들인데 이름조차도 번뜻 떠올리지 못하거나... 가족들의 핸드폰 번호며 비밀번호며.. 이런저런 중요한 것들을 잊는 경우가 때때로 있어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이 내게 닥칠까봐 미래가 불안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어쨋든 이 책을 통하여 나이듦에 관하여 그저 막연하고 깊숙히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 대한 이해와 예방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느나라보다도 급속히 초고령화사회(65세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21%이상)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5~6년후면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입니다.
어렸을때 70세까지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며 인생계획도 거기에 맞춰 설계했는데 어느순간 인간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그 계획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몇년전 부터 80 아니 100세까지도 살아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노년에 할 일들을 관심갖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무엇보다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또한 빈둥빈둥 할일없이 지내기 보다는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으로 보내야 겠다는 생각으로 노년을 걱정하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잘 죽기 위한, 제대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남은 생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인생 3막은 길고도 닻로운 무대가 될 것이다. 주인공인 우리들 각자에게 이번 무대가 어떻게 느껴질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태도에 달려 있다. 부정적 선입견만 가득한 기존 통념의 틀을 깨부수고 한층 밝아진 눈으로 세상을 조망하면 새로운 선택지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 더욱 의미있고 풍요로운 노년을 만들 수 있는 다른 길이 열린다.25
사람들은 각종 사회문제를 걸핏하면 구세대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현실이 부조리한 것은 어리석은 선택과 뒤떨어진 제도 때문이지 저들의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다.49
고령환자들은 자신과 대등한 지적능력을 가진 사람의 간병을 받을때 호전속도가 가장 빨랐다.58
노인학의 역사를 딱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같은 논제를 두고 5,000년 넘게 이어진 기난긴 토론이라 표현할 수 있다...그런데 노인학의 역사는 말한다. 오늘날 혁신적이라고 극찬받는 전략들이 실은 대상과 명분을 그대로 쓴 고릿적 유행의 재탕이라고, 바뀐 건 실행방법과 주체뿐이라고..59
절대로 노인환자를 어린애 취급하면 안된다.64
노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우리 사회가 늙은 어른들에게 저도 모르게 해를 끼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추세다.67
노인의 파킨슨병, 치매, 급격한 신체 기능저하는 대부분 그 배경에 다른 주범이 있지만, 약물 과잉처방때문인데 모르고 넘어가는 일이 예상보다 흔하다. 74
알츠하이머는 음흉한 안개와 같다. 언제 오는지도 모르게 다가왔다가 물러가고 나서야 모든게 사라지고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안개 없는 세상이 존재할 수 있음을 믿을 수 없게 된다.76
연령차별주의는 젊은 세대로 하여금 연장자들은 자신들과 다른 종류의 존재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 까닭에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도 하나의 인격체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부정하는 것이다.92
우리는 노년기가 인생에서 가장 긴 구간이면서 또 개인차가 가장 큰 시기이기도 하다는 진실을 기억해야 한다... 노년기가 힘든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늙어 가는 것을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힘껏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느라 노년기의 장점을 볼 짬은 없다.95
의료계의 편견은 의료의 뜨리고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를 약화시키며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안긴다. 그뿐만 아니다. 의료비가 쓸데없이 높아지고, 환자가 괜한 병을 더 앓고,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데 이런 편견의 책임이 없다고 결코 말할 수 없다.145
우리가 노년기에 접어들었을때 인간성을 스스로 포기하지만 않았다면 나이 듦을 묘사하는 다양한 말들이 아무리 우리를 시험해도 슬퍼하거나 애통해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153
역사를 통틀어 노년층은 철학이나 의학의 논의 대상에서 대개 열외였고 언급되더라도 노년층의 삶이 속속들이 조망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156
의료계에서는 아직도 의술이 노인 환자를 해치는 일이 일상이지만 언론과 사회 통계는 여전히 모르쇠다. 결국 그런 현실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아픈 노인이 죽을때 모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눈 하난 깜짝하지 않는다.157
가장 눈부셨던 청춘을 지나 중년으로, 그리고 다시 노년으로 저물어 가는 사람의 일생에서 능력이 쇠퇴하는 것은 단순히 생물학적 이유만은 아니다. 그것은 이세상이 청년기와 중년기 위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기가 선의로든 악의로든 노인들을 큰 세상에서 몰아내고 그들의 생활 구역을 작은 울타리 안으로 한정해 큰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을 수도 있다..165
"오늘날의 의학은 칭찬받을 자격이 없다. 현대 의학이 할 줄 아는 건 아파도 찍 소리 한번 못내는 환자들의고통을 모른 체 하는 것뿐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말기 환자들에게 특히 공공연한 의학의 오만함은 폭로될 기회가 없다... 우리는 스스로 선한 마음과 실력을 검비한 의사라 자부하고 그렇게 되고자 노력하지만, 둘 다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환자들은 담당 의사가 모욕을 느끼거나 언짢게 여길까봐 노심초사한다...의학은 인간이 자연스러운 생의 단계를 보다 편안하게 넘기도록 돕는 사회적 수단이어야 마땅하다. 그러려면 의사들은 어려운 대화를 원만하게 이끌고, 나쁜 소식을 잘 전하고, 환자가 생각하는 삶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말년의 증상들을 적절히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193
노인학에서는 죽음 직전의 이 마지막 단계를'제 4연령기'라 부른다. 자아의 의지, 정서적 교감, 사회활동을 모두 포기하고 출구없는 초현실 세계로 넘어가는 버리는 시기라는 뜻이다.203
번아웃 증후군 진단 기준.. 1.정서적 탈진 2. 비인격화 3.성취감 상실
"늙는다는 것은 절대로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늙음이 선사하는 절대자요가 얼마나 감동적인지 아는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개의치 말라, 투명인간이 되는 순간-이때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빨리 찾아 온다.-눈앞에 무한한 자유의 세상이 펼쳐진다. 내게 이래라저래라 할 만한 인물들은 다 사라진 지 오래다. 부모님도 이미 돌아 가셨다. 부모의 죽음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해방의 결정적 계기이기도 하다"..._ 시인 메리 루플..244
나이 들어서도 계속 일을 하는 사람은 삶의 만족도가 높고 몸도 더 건강하다. 248
노년기 삶의 질을 좌우하는 3요소.. 건강에 유익한 생활습관을 통해 되도록 아플 일이 없게 하고, 사회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신체 기능과 인지 기능을 평균 이상 오래 보존하는 것이다..존.W.로, 로버트 L.칸 공동연구
사람들은 지쳤다고 느낄 때 스스로 은최를 준비하거나 후대를 위해 물러나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은퇴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삶의 목적도 넉넉한 수입도 없이 어디서도 낄 자리를 찾지 못하는 하루하루다.271
나태함 만큼 노화를 재촉하는 것은 없다.. 앙드레 뒤 로랑스 271
세상을 살 만큼 살아본 어른에게 일단 의식주와 같은 기본 생존욕구를 해결한 뒤 삶의 만족도는 근본적으로 두가지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하나는 사회참여(즉, 인간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의미(즉, 삶의 목적)다.277
죽음을 잘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의학박사학위도, 빨리 끝내고자 하는 자포자기의 심정도 아니다. 경험과 편안한 환경, 이 두 가지만 있으면 된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빛나는 것임을 , 그렇게 생각하면 죽음을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됨을 이해해야 한다. 281
노인들에게 과학 기술은 상상을 뛰어 넘는 편의와 공포 수준의 해악을 동시에 안겨 주고 있다. 앞으로 과학 기술이 인간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하기 위해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도덕적 경계선을 정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287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지식은 이미 아는 것에만 제한되지만 상상력은 온 세상과 우리가 앞으로 알게 될 모든 것을 아우른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291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심신의 건강을 해친다. 296
고령 노인은 젊은 사람들보다 균 감염에 취약하다. 일단 균에 노출되면 제대로 감염질환을 앓기 십상이고 십중팔구는 입원으로 이어진다. 또 그중 다수는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한다는 게 현대 의학의 실상이다. 298
노년기 만큼 성비 불균형이 극심한 연령층은 또 없다. 이 격차는 남녀 모두에게 손해를 입힌다... 310
한마디로, 21세기의 노년층을 정의하면 죽어 가는 남성들과 가난한 여성들로 압축될 것이다. 312
노년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하나의 완전한 인격체가 들어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고, 늙어 가는 껍데기에만 주목하는 이 세태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362
"노년기가 끔찍한 것은 나이만 먹다가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 때문이 아니다. 늙어가는 과정이 쓸데없이, 그리고 때로는 잔인할 정도로 고통스럽고 치욕스러우며 고독하기 때문이다." 로버트 버틀러(노인의학 전문의, 퓰리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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