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같은 첫눈이 내렸습니다.
지난번에도 눈이라고 내리긴 했지만 눈 같지도 않은
잠깐 흩날리다 말았기에 첫눈이라고 보기가 그렇습니다.
아니 첫눈이라고 말하고 싶지도,
생각하기도 조금 아쉬움이 있습니다.
첫눈이 내리기 전 몇가지 스스로에게 약속한 것이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눈이 갑작스럽게 내리는 바람에 채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보지만 궁색하기 그지 없습니다.
여하튼 첫눈이라 50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설레입니다.
눈
첫 눈
첫 눈이 내린다
산에도 들에도 나뭇가지위에도
그리고
내 마음에도
하이얀 눈이 실바람 타고 소복히 내린다.
/ 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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