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우리가 했다는 일은
우주만상 절묘한 속에서
티끌의 티끌도 아니다
이 순간에도
생명은 타고
영혼은 떨고 있지만
우리의 언어는
목메이는 울음의
한 가닥 머리칼의 흔들림
이 순간에도
소망은 헛되고
설움을 내세에 띄우는가
별과 같이
영롱한 생과 사
우리가 한 것은 없어
아무것도 없어
가스실 원자폭탄
아프리카의 굶주림
만리장성은 역사의 상흔
아아 내 영혼 싸안고
참으로 갈 길 모르겠구나
/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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