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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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평화/시

by 함께평화 2014. 9.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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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태양 시계 위에 던져 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명채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나날을 베풀어 주소서,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재촉해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감미로움이 깃들이게 해 주소서.

 

지금 집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래오래 그러할 것입니다.

깨어서, 책을 읽고, 길고 긴 편지를 쓰고,

나뭇잎이 굴러갈 때면, 불안스레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소요할 것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 구기성 옮김

 

 

목자와 양/황찬록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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