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인하여 우리 가정도 조금의 변화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그리고 군입대 하면서 한동안 아내와 둘만 2~3년간 살았는데 올해들어 코로나로 인하여 아이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작년까지 아내와 둘만 있을때는 식비나 공과세 등이 별로 들어 가지 않았는데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몇배로 늘어 났습니다. 식비만 하더라도 아내와 둘이 있을때는 맞벌이라 아침은 거의 먹지 않고, 점심은 직장에서 그리고 어쩌다 집에서 저녁을 먹다보니 20kg쌀을 사놓으면 거의 1년이나 갔었는데, 4월을 마무리 하는 올해만 벌써 몇번이나 쌀을 사야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전기료나 가스비 등도 제법 증가했고, 특히 세탁물은 이틀건너 한번 세탁기를 돌립니다.
식사나 세탁물, 청소, 쓰레기버리기 등 집안일이 늘면서 자연스레 역할분담이 생겼습니다. 물론 인의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누군가 밥을 하면 누군가는 밥상을 차리고, 또다른 누군가는 식탁 정리와 설거지를 합니다. 설거지를 제일 귀찮아 하기에 서로 밥을 하려고 합니다. 나는 요리를 잘 하지 못하기에 자연스레 설거지 담당이 되곤 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서로 미루거나 어거지로 시키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모두 성인이 되었기에 시킨다고 행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가부장적 기질이 남아 있어서인지 다른 가족에 비해 내가 가사일을 덜하긴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들어가기전 어렸을 때 일이 생각납니다.
어느날 집에 퇴근하여 집에 들어 갔더니 여느때와는 분위기가 다르게 아이들이 나를 본체만체하며 TV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여느때면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아빠!"하고 달려와 안기고 반갑게 맞이했었습니다.
"이놈들, 아빠가 왔는데도 인사도 안하니?"하며 아이들을 나무려는데 아들내미와 딸래미의 등에 '고장'이라고 써붙인 종이를 보았습니다.
"이건 뭐냐?" 하고 의아한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아이들이 나를 향해 돌아 앉아 바라보는데 입에 'X' 표시가 붙여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X' 가리키며 TV를 향해 되돌아 앉습니다.
옆에서 키드 키득하며 웃고 있던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아이들이 왜이래? 무슨 일이 있어, 왠 장난을 이렇게 치는거야?"
아내는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나를 데리고 가더니 한편의 동영상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동영상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 아빠가 집에 있으면 어린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무진장 심부름 시킵니다. 아빠가 소파에 누워서 '리모콘' 하면 아이가 리모콘을 갖다 바쳐야 하고, '물'하면 물을 갖다 줘야하고, 잿덜이 하면 잿덜이 찾아서 바쳐야 하고..... 이런 장면들이 계속나오는데 화면속의 아이가 아빠앞에서는 투덜거리거나 덤비지는 못하고 갖고 놀던 장난감 로봇에게 하소연 하며 말합니다.
"나는 아빠말에 군소리 없이 듣는데 너는 왜 내 말을 안듣냐?" 하며 화풀이를 해보지만 성이 차지 않습니다.
댓구도 없는 장난감 로봇을 보며 아이가 뭔가를 발견했듯 손뼉치며 답을 찾았습니다.
" 아~ 장난감 로봇이 고장났으니 내 말을 듣지 않는구나.."...
이러한 내용의 동영상을 보고난 후 아이들이 나에게 무언의 반항 포퍼먼스 했던 것입니다.
아내가 나를 향해 던졌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납니다.
"얼마나 당신이 집에서 아이들에게 시켰으면 저 얘들이 저렇게 하겠어요? "^^
허허 웃음짓는 내 모습 보며 아이들이 달려오면서 말했습니다.
"아빠, 너무 우리를 시키지 마세요..^^"
그 일로 알게 모르게 얼마나 내가 아이들에게 시키기만 했는지 반성하게 되었고 그후론....
여러가지 미흡하고 부족하지만 솔선수범하는 아빠, 남편으로 변화되려고 노력했지요..
시대가 흐르면서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가부장적 문화가 많이 바뀌긴 했어도 여전히 집에서 아내가 하늘 일이 여간 많은게 아닙니다. 나름대로 집안일을 잘 도운다고 생각하지만..참 도운다는 말을 써도 안되겠지만 가정의 행복과 화목을 위하여는 서로간의 배려와 섬김의 마음과 자세가 필요합니다.
연휴가 이어지는데 가정의 행복을 위하여 조금 부지런해야겠네요^^
샬롬하우스 (20) | 2020.05.02 |
---|---|
복사꽃 활짝 핀 무릉도원 (11) | 2020.04.30 |
일상에서 스트레스 줄이는 방법 (28) | 2020.04.26 |
춘천(春川, 봄내) 공지천 야간 걷기 (12) | 2020.04.25 |
무궁화나무를 심었습니다. (28) | 2020.04.18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