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ㅣ 범우사
법정 스님의 수필집 <무소유>를 다시 펼쳐 읽었습니다.
<무소유>는 법정 스님이 간디 어록을 읽으며 감동받고, 소유에 대한 견해와 무소유에 대한 자신의 체험을 담은 수필집입니다. 1976년 4월 15일 범우사에서 초판 발간된 후 스님이 돌아가시기전까지 86쇄까지 발간된 스테디셀러입니다.
이 책이 더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은 스님께서 평생에 걸쳐 말씀하시고 실천한 무소유의 정신이 그대로 담겨져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님은 2010년 3월, 길상사에서 입적할 당시 “내 것이라고 하는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시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된 책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고 하셨답니다.
내가 읽은 책은 1979년에 발간된 책입니다. 바랠대로 바래버린 '무소유'를 다시 읽으며 내 안의 탐욕과 소유욕, 위선의 삶을 반성해봅니다. 분에 넘치는 욕심내지 말며, 간편하고 단순하게, 군더더기 없는 삶- 그러한 삶이 행복한 삶임을 잘 알며 그렇게 살아가려고 마음먹지만 마음대로 뜻대로 되지 않는게 우리네 삶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금 전 세계를 불안과 공포로 떨게하는 코로나19 사태 또한 인간의 욕심으로 발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시한번 간편하고 단순하게, 순리대로 살아지는 삶을 살아가고자 합니다.
누가 나를 추켜세운다고 해서 우쭐댈 것도 없고 헐뜯는다고 해서 화를 낼 일도 못된다.
바닷가의 조약독을 그토록 둥글고 예쁘게 만든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결이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생각해볼 말씀이다.
종교란 가지가 무성한 한 그루의 나무와 같다. 가지로 보면 그 수가 많지만, 주기로 보면 단 하나뿐이다. 똑같은 히말라야를 가지고 동쪽에서 보면 이렇고, 서쪽에서 보면 저렇고 할 따름이다. 그러므로 종교는 하나에 이르는 개별적인 길이다.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로 되어 있지만 그마만큼 많이 얽히어있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용서란 타인에게 베푸는 자비심이기보다, 흐트러지려는 나를 내 자신이 거두어들이는 일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죽음쪽에서 보면 한걸음 한걸음 죽어오고 있다는 것임을 상기할 때, 사는 실은 곧 죽는 일이며, 생과 사는 결코 絶緣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의 유서는 남기는 글이기보다 지금 살고 있는 “생의 백서”가 되어야 한다.
혹시 평생에 즐겨 읽던 동화책이 내 머리맡에 몇권 남는다면, 아침 저녁으로 “신문이요”하고 나를 찾아주는 그 꼬마에게 주고 싶다.
육신을 버린 후에는 훨훨 날아서 가고 싶은 곳이 한군데 있다. “어린왕자”가 사는 별나라, 의자의 위치만 옮겨놓으면 하루에도 해지는 광경을 몇 번이고 볼 수 있다는 아주 조그만 그 별나라, 가장 중요한것은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안 왕자는 지금쯤 장미와 사이좋게 지내고 있을까, 그 나라에는 귀찮은 입국사증 같은 것도 필요없을 것이므로 가보고 싶은 것이다.....
大愚는 大智에 통한다.
현대인들은 자기 행동은 없이 남의 흉내만을 내면서 살려는 데에 맹점이 있는 것이다. 사색이 따르지 않는 지식을, 행동이 없는 지식인을 어디에다 쓸 것인다. 아무리 바닥이 드러난 세상이기로, 진리를 사랑하고 실현해야 할 지식인들까지 곡학아세나 비겁한 침묵으로써 처신하려드니, 그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니라 진리에 대한 배반인 것이다.
얼마만큼 많이 알고 있느냐는 것은 대단한 일이 못된다. 아는 것을 어떻게 살리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지식이 인격과 단절될 때 그 지식인은 사이비요 위선자가 되고 만다. 책임을 질 줄 아는 것은 인간뿐이다. 이 시대의 실상을 모른 체하련느 무관심은 비겁한 회피요 일종의 범죄다.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나누어 짊어진다는 뜻. 우리에게는 우리 이웃의 기쁨과 아픔에 대해서 나누어가질 책임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인형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인간이다. 우리는 끌려가는 짐승이 아니라 신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야 할 인간인 것이다.
우리가 온전한 사람이되려면 내 마음을 내가 쓸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우연히 되는 것이 아니고 일상적인 대인관계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왜 우리가 서로 증오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같은 배에 실려 같은 방향으로 항해하는 나그네들인데...
침묵하는 것은 침묵 그 자체에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다. 침묵을 통해서 당당한 말을 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마땅히 입벌려 말을 해야 할 경우에도 침묵만을 고수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미덕이 아니라 비겁한 회피인 것이다.
내면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는 미처 편집되지 않은 성서인것이다. 우리들이 성서를 읽는 본질적인 의미는 아직 활자화되어있지 않은 그 말씀까지도 능히 알아듣고 그와같이 살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我有一券經 不因紙墨成
展開無一字 常放大光明
(내게 한 권의 경전이 있는데, 그건 종이나 먹으로 된게 아니다.
펼쳐보아도 한 글자 없지만, 항상 환한 빛을 발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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