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

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고무신

평화/시

by 함께평화 2020. 10. 26. 21:44

본문

728x90
SMALL

 

샛노란 새하얀 새까만 고무신
해맑고 순수한 멋쟁이 고무신

나란히 어릿적 추억을 담았네

 

 

흰 고무신을 신고

/ 나태주

 

늦은 봄날의 저녁 때
잘 닳아진 흰고무신을
골라서 신고
잠시 서성여 보는 길

닳아진 신발 바닥에
서느런 산그늘이 밟히고

우리네 삶의 속살이
질끈 밟힌다 해도
너무 서러워 안달할 일은 아니리

그 길은
바다로 비스듬히
기울은 길

쌉쌀하고 비릿한 물비린내가
조개껍질이나 굴껍데기처럼 바스라지고
멀리 수평선 너머 고래란 놈들이 두서너 마리
제짝을 찾으며 콧구멍에서 분수를 만들어내는
뿌용, 뿌용, 기선 지나가는 소리가 으깨진다 해도
굳이 사양할 것은 없으리

늦은 봄날의 저녁때
오래 신어서 헐거워진
흰고무신을 끌고
잠시 출렁여 보는 길

미끄러운 신발 바닥에
두엄냄새 닭똥구린내가 미끄러지고
산수유 복수초 영춘화 민들레
드디어 샛노란 냄새까지 깔려서
짓이겨진다 해도 너무
안쓰러워 가슴 아파할 일은 아니리.

728x90
LIST

'평화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괴팍한 늙은이  (6) 2020.12.16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12) 2020.12.09
잠언시  (10) 2020.05.23
대추 한 알  (14) 2020.05.18
비가 하늘과 땅을, 가슴과 마음을 이어주네요  (18) 2020.05.09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