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윤동주
별 헤는 밤 계절(季節)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來日)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靑春)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追憶)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詩)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冊床)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異國)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평화/시
2014. 9. 17. 2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