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림
"To be or not to be."
햄릿왕자 입을 빌어 셰익스피어 던진화두
좌충우돌 요지경속 꼭집어서 늘어놓고
공간은 선택하라 이것저것 놀어놓고
시간은 때놓친다 가버릴듯 을러대네
이리저리 헷갈림에 갈짓자로 걸어대며
이길저길 요놈조놈 갈래잡기 돈다돌아
회색빛 도시에는 한집건너 십자가요
심산유곡 명당마다 울려대는 목탁소리
성경은 복음따라 천당으로 가자하고
불전은 독경따라 극락으로 가자하네
멋들어진 X마스엔 아벤소리 절로나고
연등밝힌 초파일엔 아미타불 찾게되네
추기경 스님네들 오락가락 손잡아도
신자불자 가타부타엔 헷갈리는 심사뿐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가 주어져
에덴은 간데없고 인간사탄 대결하니
선과악 함께있고 사랑증오 한말이네
헷갈림에 시행착오 시지프스 몫이렷다
단맛속에 쓴맛있고 정(正)과 반(反)이 함께노니
조선시대 새색당파 유림들에 혼란주고
숭불숭유 정책따라 충신역적 헷갈렸네
친일이냐 항일이냐 매국애국 헷갈렸네
친일이냐 항일이냐 매국애국 헷갈렸고
친소냐 친미냐로 좌우익 햇갈렸고
유신이냐 민주냐 자주인권 헷깔렸고
군사정권 문민정치 시시비비 분분한데
부동산투자 증권투자 오르락내리락 환장하네
이줄탈까 저줄탈까 요령부득 계산놓고
이당저당 이파저파 이해득실로 낙점하네
정치판은 난공불락 조율은 천만의 말씀
배알빼고 일꾼입네 애걸복걸 하는통에
분별없이 분별하여 여의도행 티켓주니
나라사랑 명분아래 철새족만 수두룩해
창검과 방패가 하루아침에 뒤바뀌었구나
어제야당 오늘여당짓이요 어제여당 오늘야당짓
카멜레온 따로없다 느느니 반인반수
엘리뇨는 고온낳고 IMF는 목을죄도
밥그릇 싸움판에 동서골만 깊어진다
구전이래 여타없이 물매맞던 놀부님아
오장육부에 심술보만 더달려서
제비다리 부러뜨려 흥부에게 천사표주고
권선징악 표본으로 죽어서도 볼기맞더니
천지개벽 유분수지 착란이냐 환각이냐
욕심은 야망이요 매정함은 이지(理智)렷다
탐욕으로 쌓은축재 능력있는 재산증식이라
무능하고 줏대없는 비렁뱅이 흥부야
착한것은 어리석음 유순함은 탈자존심
제앞가림 못하는주제 가족계획도 실패하여
주렁주렁 애를달고 한심한길 대책없다
자본주의 산업화에 놀부심보 우상되니
천년지킨 흥부자리 아이마저 비웃는다
뉘가옳고 뉘가맞노 이리살까 저리살까
여름내 땀흘린개미 우루과이라운드로 결단나고
로드싱어 배짱이는 뜨고날라 스타되네
기회주의 한탕주의 근검절약 농락하니
헷까려서 못살겠다 어느길로 가야할까
선진문물 배운다며 사대주의 수입하여
강대국의 하수인으로 평생녹을 먹고살까
유로화가 등장하니 달러메이커 아프리카행인데
애국애족 입에달고 국수주의로 쇄국할까
국산품과 외산품종 어느것에 손을댈까
거부냐 수용이냐 독거동거 헷갈린다
아바나 광장에는 체게바라 살아있어
쿠바인의 숨결속에 초인의혼 불태우네
죽은지식 껍질벗고 행동으로 실천하여
불의에 적극투항 영원으로 산화했네
캘커타 거리에는 마하트마간디 살아있어
금욕과 정중동중 비폭력을 설파하니
대영제국 휘하에서 축생노릇 인도인은
무저항으로 저항하고 무반응으로 거부하고
무혈의 폭력으로 유혈폭력 무찔렀네
내안의 안티고네 케릴라를 불사하고
창백한 이스메네 비폭력으로 냉소짓네
감정의 물을먹고 지성의 빛받으니
어느곳에 닻을댈까 나날이 갈팡질팡
볼썽사나운 요지경속 머리헤집어 써대자니
참여냐 순수냐 글마다 헷갈린다
내글이 빵을위해 무슨일을 할수있나
샤르트르 팬던지고 거리로 나설때에
배고파도 사랑있고 배불러도 이별있어
소월(素月)영랑(永郞) 구구절절 가슴으로 노래했네
어차피 인생이란 프로스트 말씀처럼
한길뿐인 선택이니 해도후회 말아도후회
명분을 따르자니 실리가 울어대고
실리를 따르자니 명분이 진노한다
사랑을 따르자니 황금에 눈이가고
양심을 따르자니 사랑이 애달파라
현실을 따르자니 양심이 통곡한다
청빈을 따르자니 영화가 유혹하고
영화를 따르자니 청빈이 비웃는다
극락행을 따르자니 오감이 분방하고
오감이 따르자니 인생살이 분탕질뿐
목숨을 따르자니 생로병사 고해요
죽음을 따르자니 허망하고 무상토다
"To be or not to be."
풀어도 풀어봐도 이런식이 문제렷다
바로보고 뒤집어봐도 여지없는 뫼비우스띠
한치앞이 암흑천지 장님코끼리짚는 형국이라
호사다마에 새옹지마거늘
요지경 마디마디 헷갈린다 헷갈려.
/ 이옥자 <요지경 열두마당>에서
홍천출신 작가.. 이옥자 님으로부터 책들을 받았다..
그중 하나가 풍자에세이 「요지경 열두마당」이다.
사설적 운율로 구성된 글들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의 글속에서 세태를 꼬집고 풍자한 내용에 많은 공감을 느끼며 첫번째마당이 '헷갈림'을 읽어내려가면서 출간된 99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음에 놀라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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