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집,
신북읍 율문리, 사랑마을...
갑작스런 한파에 첫 영하권에 들었지만
간만에 본 파란 가을하늘 아래에서
깨를 텁니다.
그래도 몇년을 깨를 털어 보았다고
넓다란 비닐판을 깔고
그 위에다
또 한장을 판을 깔고
그 위에다
촘촘한 망을 깔아 놓고
말린 깨를 날라다 놓는대로
도리질을 합니다.
투.두.둑
깨. 깨, 깨
깨알들이 파란 하늘에 흩어져 점을 찍고 깔아 놓은 판에 떨어집니다.
차디찬 이른 겨울 바람타고서
온동네, 온 세상에
깨음 깨음
고소한 들기름 내음새가
퍼지는 듯 합니다.
며칠 사이에 날씨 변덕으로
잘라놓은 깨를 제대로 털수 있을까 걱정하며
깨알색만큼 타들어간 장모님 마음과 얼굴이
이제서야
파란하늘 만큼이나 밝아졌습니다.
내년에는 깨를 심지 않겠다던 말씀은
작년에도 그 전년도에도
되풀이되는 말씀이지만
깨알 볶아 들기름 짜서
자식들에게 나눠 줄 사랑의 마음때문에
아마도 내년에도 또 깨를 심을실 것 같습니다.
깨심고 털만큼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건강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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