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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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함께/소소한 일상

by 함께평화 2020. 12. 1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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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내렸습니다.

 

코로나19가 하루 1000명대가 넘어가는 불안의 오늘, 첫눈이 내렸습니다.

첫 눈 치고는 많이 내렸습니다.

 

눈이 내리면 설레이거나 기쁨보다는 걱정이 먼저 떠오릅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군인 시절 제설 작업은 그렇게 싫어했는데..

출퇴근길에 언덕에서 차가 제대로 올라가지 못하고 헛바퀴돌다가 빙그르르 옆으로 쳐박히힌 아찔한 일들..

지금 한창 건축 공사가 진행중인데 눈때문에 차질이 생기질 않을까...

이래저래 눈 내림에 걱정이 차 쇼윈도우 브러쉬가 좌우로 왔다갔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거실 베란다 너머로 하얀 눈옷입은 나무들을 바라보며 즐겨봅니다.

코로나19도 땅에 떨어지자 사라지는 눈마냥 올해 가기전에 사라지기를 바라봅니다. 

쌓인 눈 바라보며 시 한편 찾아보고 느껴봅니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안도현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 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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