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가 쏟아집니다.

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깨가 쏟아집니다.

함께/소소한 일상

by 함께평화 2020. 10. 25. 22:26

본문

728x90
SMALL

깨 털기

 

일년에 몇번씩 처가집으로부터 호출될 때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깨를 털때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250여평 남짓한 밭에 심겨지고 수확하여 말려놓은 깨를 털기 위해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여든둘 연세이신 장모님께서 옥수수를  따고난 후 그 자리에 깨를 심어 놓았습니다.

이제는 많이 연로하시건만 평생 땅과 함께 일하셔서 땅이 그대로 노는 꼴을 보지 못하시고 여러 작물들을 재배하십니다. 아마도 자식들에게 나눠주고자 사랑과 정성으로 작물들을 심으셨을 것입니다. 

 

6녀1남의 자녀를 둔 가정이라 일손도 적지 않습니다.

여러사정으로 빠진 몇 가정이 있었지만 모인 식구들이 예년처럼 손발을 맞춰 오전부터 깨털기를 시작했습니다.

 

천고마비의 가을 아니랄까봐 푸른 하늘 해맑은 날씨속에 깨도 털고 연실 수다도 끊이질 않습니다.

 

장모님은 베어내어 말려놓은 깨를 보시더니 예년만큼의 양이 나올지 염려하십니다.

어떤이는 말려놓은 깨단을 옮기고, 누구는 도리깨질을 하고, 또 다른이는 숨어있는 깨를 허투루 버려지지 않도록 엎어놓은 고무통에 다시한번 탈탈 텁니다. 또 다른 누구는 털린 깨단을 묶어 옮기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몇몇은 참 준비와 점심식사 준비...

 

어지간히 깨를 턴후 다시한번 대나무 소쿠리와 채, 바람을 이용하여 깨알을 걸러냅니다.

예상보다 깨가 많이 나오지 않는지 장모님의 얼굴이 밝지 않습니다.

장모님의 염려를 전환시키기 위하여 허투루 깨가 버려지지 않도록 탈탈 깨를 텁니다.

돌아가신 장인어른과 함께 깨털던 추억도 되살려보기도 하고 가족들의 어렸을적 이런저런 이야기도 함께 나눕니다.

 

일손이 많아서인지 척척 호흡이 잘맞아서인지 생각보다 깨터는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농사일 중 제일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은 역시나 참을 먹는 시간입니다.

편육과 막걸리로 참을 먹고, 잔치국수로 점심을 먹는데 정말 꿀맛입니다.

수확한 깨값보다 먹는 참과 식사비, 간식비가 훨씬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가족들의 행복과 화목이 깨알같이 쏟아진 하루입니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깨알을 털수 있겠지요

 

 

 

728x90
LIST

'함께 >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과  (2) 2020.10.30
묵밥  (12) 2020.10.29
조경기능사 필기시험 치른뒤, 다시 맛보는 평일 저녁이 있는 삶  (8) 2020.10.20
어김없이 가을  (18) 2020.10.06
당일치기 태백  (8) 2020.09.27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