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원의 신뢰와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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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원의 신뢰와 약속

함께/세상story

by 함께평화 2014. 6. 1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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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저녁, 아내가 친구로부터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남편이 홍천에서 옷을 할인 구입하였는데 싸이즈가 작아 한 치수 큰 것으로 교환해줄 있겠냐?는 내용의 전화였다.

 

홍천으로 출퇴근하는 나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기에 나는 "그렇게 해주겠다"고 망설임없이 이야기를 하였다.

전날 아내 친구로 부터 그 옷을 전달받고서 아침 출근길에 차뒷좌석에 싣고서는 홍천으로 왔다.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니..

퇴근길에 홍천을 조금 빠져 나가는 순간  "옷" 이 생각났다.

그냥 춘천으로 넘어갈까말까 망설이다가 다음날로 미루기가 뭐하여 차의 방향을 돌려 의류점을 찾아 갔다.

 

하필 이날따라 스마트폰을 집에다 두고 출근하였었다.

혹, 의류점 장소를 모르면 전화걸어 물어보면 되겠지 싶어 건성으로 들었는데 전화가 없으니 확인도 못하겠고..

단지 의류점이 경찰서 근처에서 샀다라는 기억만 떠올린채 경찰서 주변을 뒤졌으나 결국엔 찾지를 못하였다.

 

역시 모르면 물어야 한다..

차네비게이션에다 의류점을 검색하였더니  위치가 경찰서 부근이 아니라 읍내로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닌가?

진작에 네비게이션을 작동 시킬 것을.. 괜한 시간 낭비가 아까웠다.

 

그런데 네비게이션이 알려준 위치에 도착한 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그 의류점이 보이질 않았다.

그 의류점에 전화를 걸어 위치를 물어보려는 스마트폰도 없고, 친구에게 자세히 물어보려해도 전화기가 없으니 

당일은 포기하고 다음날로 미룰까하여 춘천으로 올까말까 망설였다.

 

반드시 찾고야 말겠어...

기왕 이렇게 찾을려고 수고한 것..

오늘 어떻하든 해결해고 가야할 것 같아 지나가는 사람에게 그 의류점 위치를 물었다.

그분도 잘 모르는지 또 다른 사람에게 의류점 위치를 물어보더니 친절히 이전한 위치를 알려주었다. 역시 모르면 물어야 함을 새삼 또 깨닫는다. 그런데 내가 홍천 지리를 잘 모르니 어정쩡하게 알아들을 수 밖에 없었다. 가르쳐준 곳 주변에서 또다시 물으면 되겠지 하고 감사의 인사를 한 뒤 의류점 찾아 길을 떠났다.

 

남자옷이 아니라 여자옷이래..

의류점을 지나칠뻔 하였는데 다행히도 찾을 수 있었다.

의류점에 들어서서 옷을 교환하러 왔다고 점원에게 말하고 좀더 큰 싸이즈를 달라고 하였다.

그 점원은 진열장의 옷들을 열심히 뒤지더니 찾지 못하고 계산대로 돌아와 컴퓨터로 재고 파악 상태를 탐색하더니만 "지금의 옷이 최고 큰 싸이즈"라고 말하고서는 "이 옷이 누구것이냐고 물었다. 그리고 누가 입을 것이냐고?" 되물었다.

 

점원에게 "친구가 구입했는데 대신하여 바꾸려고 왔다고 "말을 했더니, 그는 내게 "혹 여자친구냐?"며 확인하듯 되물었다.

나는 "그렇지 않다. 내 친구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이다."라고 답변을 했다..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원은 "교환할 옷이 여자용인데 여자용은 이게 최고 싸이즈"라고 한다. 허걱~

 

순간 당황한 나로서는 혹 아내의 친구 것을 친구 것으로 잘 못 듣지나 않았는지 싶어 확인하려고 점원에게 전화 한통 사용할 수 있겠내며 부탁을 하였다.

다른 전화번호는 몰라도 아내 전화번호만은 확실히 알고 있기에..

아내에게 상황을 말하고 의류점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 후 의류점으로 전화를 하라고 하였다.

 

지갑을 안갖고 왔다. 3000원도 없다.

진열장에 걸려있는 여러 옷들을 살펴보는 가운데 아내로 부터 매장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아내 친구의 남편 것임이 확실하며, 더 큰 싸이즈가 없으면 다른 것으로 골라 오라는 것이다.

 

교환할 옷과 비슷한 부류의 옷으로 한치수 큰 것으로 바꿔 계산대에 갔더니 3000원을 더 내라 한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지갑도 집에다 두고 왔으니..

 

점원에세 "지갑을 두고 왔는데 다음날 돈을 갖다 주면 안되겠는가?" 하고 상황을 얘기하였다. 점원은 대뜸  "어떻게 믿고 줄 수 있느냐"고 한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거나 싸이즈가 안맞으면 또 올 것 아니냐?"며 수고스럽겠지만 어쩔수 없이 당사자가 직접 와서 고르는게 좋겠다고 얘기한다.

 

사실 그 얘기가 틀리지는 않았지만.. 순간 겨우 3000원 갖고 떼어먹을까봐..사람 어떻게보고 그 따위로 말하는가? 그 정도로 신뢰가 없는 사람처럼 보이는가? 라며 언잖은 말들이 순간 튀어 나올뻔 하였다.

 

정말 기분나쁘고 언잖았지만 이것 하나 해결 못하는 상황이 머리를 어지럽게 하였다.

옷을 되갖고 가는 것도 뭐하고 반품하자니 친구에게 또다시 전화해야 하고, 어떻할까 고민하다고 재차 점원을 설득하여 해결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당황스러워하며 이런저런 고민하는 내 모습이 안돼보였는지, 아니면 내 설득이 먹혀 들어 갔느니.... 결국 내 연락처와 이름을 남겨놓고 다음날까지 부족한 돈을 갖다 주기로 약속한 후 옷을 바꿀 수 있었다.

그리고  "믿어줘서 고맙다. 내일 돈 갖다둘때 내 옷도 하나 구입하겠다." 하고 즉흥적인 말을 내뱉어 버렸다.

저녁때 바꿔간 옷을 친구에게 전달하고 간단히 이러저러한 상황 얘기를 하였다.

다행히 옷도 마음에 들어하고 크기도 잘 맞았다.

 

3000원의 약속

다음날 의류점에 들러서 다못지급한 3000원을 갚고, 약속대로 내 옷도 하나 구입하였다.

그 점원은 반드시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였지만.. 어쨌든 내뱉은 약속은 약속이니...

덕분에 그 점원과는 제법 친해진 것 같다...

 

단돈 3000원이긴 하여도 누군가가 내 말을 신뢰하고 믿어준다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한편으로 단 하루였지만 전화기도 지갑도 없이  생활한다는 것이 이렇게 불편하고 어려운지를 톡톡히 경험한 씁쓸함이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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